“재도전의 순간 멈췄다”…렴대옥-한금철, 점프 흔들림→올림픽 무산
빙판을 가른 점프와 회전 속에 쏟아진 시선, 귀에 울린 점수 발표의 순간. 렴대옥-한금철 조는 다시 한 번 무대 위에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오랜 준비와 재도전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138.30점이라는 숫자는 북한 피겨의 새로운 역사를 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치러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 추가 예선 페어 프리스케이팅 무대, 렴대옥-한금철은 기술점수 48.05점과 예술점수 43.30점, 합계 91.35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쇼트프로그램 점수 46.95점을 더한 최종 점수 138.30점은 11개 조 중 10위에 해당했다. 상위 3팀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의 문턱은 결국 넘지 못했다.

렴대옥-한금철은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단연 북한 피겨의 간판으로 자리해왔다. 렴대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노렸으나, 베이징의 날카로운 공기 속 쏟아진 점프 실수와 호흡의 흔들림에 그만 아쉬움을 남겼다.
북한은 최근 2021년 도쿄올림픽 불참, 국제올림픽위원회 징계로 인한 2022 베이징 대회 진출 좌절 등 굵직한 뒤안길을 지나왔고, 피겨 종목에서의 복귀를 꿈꿨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남자 싱글 로영명의 기권까지 겹치며, 전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무산됐다.
예선 페어 부문 1위는 중국의 장자쉬안-황이한 조로 191.52점을 기록했다. 이어 아르메니아와 일본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기술과 예술, 경험이 어우러진 무대였던 만큼, 출전권을 차지한 팀의 환호와 북한 대표의 침묵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하루의 긴장이 잦아든 베이징의 밤, 경기장은 짙은 아쉬움과 응원의 기운이 나란히 스며들었다. 다시 도약을 준비할 북한 피겨 대표팀의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무대는 그들의 빈자리를 오래도록 기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