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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디올렉스 처방 청구 100억 돌파”…국산 대마 의약품 길 열릴까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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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성분 의약품인 에피디올렉스의 국내 건강보험 청구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중증 뇌전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이 약의 처방은 2021년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환자 한 명당 연간 약가 부담은 1500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의료용 대마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와 함께, 국산 대마 의약품 개발 및 상용화 필요성이 정책 과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피디올렉스의 건강보험 급여 처방 건수는 2022년 2351건, 2023년 2480건, 2024년 2569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청구액도 2022년 81억원, 2023년 92억원, 2024년 1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만도 1449건, 53억원이 집계돼,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 본인부담금 10%를 적용해도 연간 1500만원 상당의 투약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에피디올렉스는 뇌전증, 특히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나 드라베 증후군 등 희귀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심각한 발작 완화에 쓰인다. 주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환각을 일으키지 않는 대마 성분으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미국 FDA 등의 승인을 받았다. 다만, 대마를 마약류로 엄격히 규제하는 국내법상 완제품만을 해외 수입하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제한적 처방만 허용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대마 기반 치료제의 국내 시장 성장과 관련 규제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급여화로 환자 부담이 다소 낮아졌지만, 고가의 수입 의존이 지속돼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남 의원은 “의료용 대마의 국내 원료 개발과 상용화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마 성분의 의약·식품 활용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은 대마 및 유도체를 건강기능식품, 식품첨가제, 의약품 등으로 제한적 사용을 허용 중이다. 2020년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대마를 마약 목록에서 제외한 이후,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은 2027년까지 약 10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국내는 마약류 관리법상 대마와 그 성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국산화 및 시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전문가들은 “환각성분이 없는 CBD 중심의 치료제 국산화와 규제 유연화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제약산업 경쟁력을 높일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국회에서도 식약처 등과 협의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논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오남용 논란 등 우려가 상존한다. 산업계는 이번 에피디올렉스의 처방 및 청구 사례가 실질적 규제 완화와 국산 치료제 개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환자 접근성과 산업 육성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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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디올렉스#대마의약품#남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