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과 다르다”…여한구 통상본부장, 미국에 차별 정당성 설득전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는 점을 집중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관세 25% 유지 문제를 두고 산업계와 정치권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엄중한 태도로 협상에 나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27회 니치아우어 정책포럼’에서 연사로 참석한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의 무역적자 규모가 비슷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외환 구조나 경제 규모 등 여러 지표상 한국과 일본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이 점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도 현재의 자동차 관세 25% 지속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협상의 각 단계에서 한국에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실현하기 위한 협상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선 “일본의 자금 조달 방식 등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계속해 일본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현재의 통상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불투명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3년 반 동안 관세 협상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며, 한 번의 합의로 모든 위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관세 협상을 축구 경기에 비유하며 “전반전은 놓쳤지만 연장전에 들어간 셈”이라며, 미일 협상과 비교해 현재 한국의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에 대한 우려도 퍼지고 있다. 여한구 본부장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경제장관회의에서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자연스럽게 언급했다”며, “이러다 ‘정글의 법칙’으로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무역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여 본부장은 “한국의 대미, 대중 수출 의존도가 40%나 되지만, 나머지 60% 시장도 있다. 특히 아세안과 인도 등은 합치면 중국 수준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은 7억 인구에 젊은 층 비중이 높고,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크다. 당장 수출 보완시장으로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체계적으로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미관세 협상 향방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나아가 외교·통상 전략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추가 협상과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