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당뇨, 자녀 건강까지 위협”…학계 빅데이터 연구로 예방 패러다임 전환
임신성 당뇨병이 산모 본인뿐 아니라 태어날 자녀의 평생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공중보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대한당뇨병학회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임신성 당뇨병 백서에 따르면, 만 10년새 국내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7.6%에서 12.4%로 1.6배가량 증가했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이 33.5세로 높아지고, 40세 이상 산모의 유병률이 18.6%에 달하는 등 고령 임신 기조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백서와 함께 공개된 연구결과는 임신 전 비만 및 영양 불균형이 임신성 당뇨병 발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줬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산모의 유병률은 23.5%로, 정상체중 대비 2.37배나 높았다. 또 임신 초기 영양 상태가 불량한 경우 임신성 당뇨병 위험은 1.82배 증가했다. 특히 비타민 B6, 나이아신, 칼슘이 부족할 때 위험은 각각 1.62배, 1.54배, 1.39배 올라갔다. 이는 특정 영양소보다는 식단 전반의 질 관리가 당뇨병 예방에 필수임을 시사한다.

임신성 당뇨병이 산모뿐 아니라 자녀 건강에도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점은 대규모 빅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진은 350만명 국민건강보험공단 10년 추적 데이터를 통해 임신성 당뇨 산모에서 태어난 자녀가 성장 후 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특히 임신 중 인슐린 치료가 필요했던 경우에는 자녀의 2형 당뇨병 위험이 4.6배, 1형 당뇨병 위험이 2.2배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출산환경(제왕절개) 또는 사회경제적 요인 역시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추가로 보여준다.
이처럼 임신성 당뇨병의 조기 예측 및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립보건연구원 등은 전국 9개 병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착수했다. 2024년부터는 배우자와 자녀까지 포괄하는 '가계 단위' 장기 추적을 통해 다세대에 걸친 위험 인자와 예후를 밝히고 있다. 연구진은 축적된 임상정보와 바이오 빅데이터를 플랫폼화 해 한국형 임신성 당뇨 예측·중재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유럽 등 보건당국도 임신성 당뇨병을 차세대 기반 질환으로 분류하고 특화된 관리 가이드라인을 보급하는 추세다. 국내외 비교 시 우리나라의 산모 연령과 생활양식 변화에 맞는 예측·예방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체계적인 영양 상담, 위험군 산모 관리 및 출산 후 지속관찰 체계 필요성이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국가 연구 인프라와 근거기반 관리모형이 실제 임상에 안착되면, 임신성 당뇨병이 가져오는 노출·질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