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 평정심 빛났다”…김서현, 한화 뒷문 26세이브→재도약 신호탄
긴장의 끝에서, 김서현은 달라진 눈빛을 보여줬다. 2-0의 리드가 흔들릴 듯 말 듯 하던 순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응원 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선 김서현의 직구는 살짝 떨리면서도, 결정적 아웃카운트마다 마음을 다잡는 듯한 힘이 감돌았다. 긴 침묵 끝에 홈 팬들의 박수는 김서현의 무실점 마무리에 오롯이 쏟아졌다.
12일 열린 2024 신한 SOL 프로야구 대전 경기에서 한화 이글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치열하게 맞섰다. 김서현은 8회 2사 만루, 모두가 숨을 죽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강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9회에도 연이어 타자들을 실점 없이 틀어막으며 1⅓이닝 무실점과 함께 시즌 26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근 4경기에서 8실점으로 흔들렸던 마무리 투수 김서현에게 이번 등판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시즌 내내 묵직한 공을 앞세워 뒷문을 지켜온 김서현은 이날 경기에서 위기 관리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9회 선두 타자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좌익수 문현빈의 호수비와 침착한 수비진의 지원으로 분위기를 수습했다. 유강남과 손호영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네 경기 연속 실점 악몽을 끊어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은 아직 고졸 3년 차 투수지만 이미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원”이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로 가장 큰 위기 순간에 김서현 카드가 다시 한 번 제 몫을 해내며, 마운드의 중심이자 한화의 희망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 회복의 배경에는 동료들의 진한 응원도 있었다. 김서현은 인터뷰에서 “10일 LG전 이후 여러 생각이 많았다. 와이스가 심리적인 부분을 짚어줬고, 폰세는 캐치볼에서 체력 관리법을 알려주는 등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이어진 부진에 대해 “땅에 꽂으려는 자세가 효과를 봤다. 감독님 신뢰와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롯데 윤동희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던 장면에 대해서는 “너무 죄송하고, 직접 사과했다”고 한화 구단 관계자를 통해 전해지며 깊은 스포츠맨십을 보였다.
힘겨운 한 주와 실점의 기억을 딛고, 김서현은 한화 이글스의 하드웨어이자 정신적 버팀목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 속에 마운드를 지켜낸 하루, 김서현이 가져온 평정의 기록은 다음 경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