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완화의료, 삶을 비추다”…서울성모병원, 다큐로 인식 제고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는 환자 개개인의 존엄성과 삶의 질 회복이라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이야기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제12회 가톨릭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관객상을 동시 수상하며 전문적 돌봄의 사회적 의미가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수상과 다큐멘터리 공개를 병원 기반 맞춤형 완화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국내 최초로 종합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을 개설, 현재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 중인 서울성모병원에서 약 10개월간 환자·가족·의료진·봉사자 등 일상을 장기간 기록한 결과물이다. 말기 암 환자들이 남은 삶의 가치를 가족과 함께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과정을 환자의 시선에서 그렸다는 점에서 환우와 가족 지원을 아우른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질병의 경과상 치료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은 말기 환자가 남은 생의 고통을 줄이고, 심리적·사회적 지지와 영적 지원까지 제공하는 전인적(holistic care) 치료가 핵심이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봉사자뿐 아니라 영양사, 약사, 요법치료사, 후원회까지 다학제형 전문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환자와 가족이 일상을 평화롭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기존의 병원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환자의 주관적 경험과 가족의 돌봄을 적극 반영하는 맞춤형 통합관리 모델로 완화의료를 진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기 암 환자뿐 아니라 심부전, 신부전, 만성호흡기질환 등 다양한 질환군에서 호스피스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병동 입원형 호스피스와 가정 기반 완화의료의 병행 체계, 자원봉사 및 사회적 연계 활동 등 전통적 치료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의료복지 융합 모델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영국·호주·일본 등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제도화되었으며, 미국도 2023년 기준, 메디케어(Medicare) 적용 확대 등 지원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는 2017년 관련 법률이 시행된 후 병원 중심, 가정 연계형 서비스가 병행되고 있으나 상급종합병원 내 입원 병동 모델은 여전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권리와 가족 돌봄 강화를 위한 의료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지속돼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박명희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 팀장은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남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라며 “의료진과 가족, 자원봉사자가 함께 환자를 돌보며 존엄한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도록 돕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민 완화의학과 교수는 “다학제 융합 치료팀이 전인적 지지를 실천하고 있다”며 “이번 수상이 임종기 환우에 대한 사회의 성숙한 접근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이 첨단 의료기술과 돌봄, 복지 연계가 융합된 미래 의료 인프라의 중요한 축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만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돌봄 가치와 제도 개선이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