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카이랄성 원천소재 구현”…차세대 반도체 센서 혁신→글로벌 시장 판도 주목
빛의 회전을 세밀하게 읽는 신개념 반도체 센서가 등장하며, KAIST가 양자 광소자와 차세대 컴퓨팅 기술의 주도권을 쥘 결정적 순간을 맞이했다. 셀레늄 나노결정의 원자 단위 카이랄성(비대칭성)을 정교히 제어해, 기존 편광 감지 소재의 한계였던 환경 내구성과 성능을 동시에 돌파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IT·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친 광센서 시장 지형이 근본적으로 뒤바뀔 조짐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팀이 개발한 이 원형편광 감지소재는 셀레늄의 자연 카이랄성 결정 구조와 고유의 무기화학적 안정성에 주목해 실현됐다. 연구진은 나노미터 크기의 셀레늄 나노로드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성장 격자의 회전 방향을 정밀히 컨트롤하는 ‘카이랄성 전이 기술’을 확립하며, L(좌)-형 및 D(우)-형 비대칭성을 선택적으로 구현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외선(180nm)부터 단파장 적외선(2500nm)까지 광대역 영역 내 빛의 원형편광성 정보를 고감도, 고분해능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습기·열화에 취약했던 기존 유기물 기반 CPL(원형편광) 센서의 기술적 한계를 일거에 뒤집었다는 데 주목한다. 실제로 셀레늄 나노필름 기반 센서는 13개월 이상 공기 중 노출에도 성능 열화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으로 검증됐다. 나아가 편광 필터 등 복잡한 보조장치 없이 빛의 회전 방향을 선택적으로 감별할 수 있는 독립 센서 소자인 점이 양자비트 제어, 스핀트로닉스, 생체 센서, 광 기반 보안 암호 분야에서 응용 시장의 확장성을 예고한다는 관측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판을 통해 게재된 이번 결과에 대해 염지현 교수는 “카이랄성 구현과 분석을 하나의 나노물질 내에서 온전하게 통합한 새로운 방법론”이라고 평가했으며, “저전력 반도체 및 광 기반 양자정보 처리기술의 실현 역시 더욱 가시화됐다”고 전망했다. IT·바이오 산업의 첨단소재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가운데, KAIST의 글로벌 기술 주도력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