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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1위 잡는 게 축구”…김판곤, 클럽월드컵 최약체 평가→자신감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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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1위 잡는 게 축구”…김판곤, 클럽월드컵 최약체 평가→자신감 각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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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결연함이 묻어났다. 김판곤 감독의 단단한 목소리 뒤에는 울산 HD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최약체라는 굴레를 선물 받은 선수단은 오히려 생경한 긴장 속에서 한층 더 집중된 각오로 맞섰다.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을 앞둔 울산 HD는 해외 축구계의 냉혹한 평가에 직면했다. 중계방송사 다즌과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울산을 각각 32팀 중 최하위, 그리고 31위로 분류하며, 현실의 벽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판곤 감독은 “꼴찌가 1위를 잡는 게 축구”라는 말로, 그 벽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말레이시아가 한국에서 이변을 일으켰던 기억을 꺼내 들어, 자신과 팀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켰다. 팬들이 바라는 결과, 16강 진출의 가능성에 임하는 태도는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꼴찌가 1위 잡는 게 축구”…김판곤, 클럽월드컵 최약체 평가→자신감 각오
“꼴찌가 1위 잡는 게 축구”…김판곤, 클럽월드컵 최약체 평가→자신감 각오

첫 일전의 무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격돌로 열린다. 경기 준비 과정에서 김판곤 감독은 현지 정찰을 거듭하며 상대의 장점과 약점을 세밀히 분석했다. 마멜로디의 압도적인 체격과 속도, 거칠고 빠른 팀 컬러는 분명 위협적이지만, 울산은 여기에 기술과 조직, 냉정함을 더해 ‘해볼 만하다’는 확신을 세웠다. 전술적 기조는 실수 없는 조직력 극대화로 요약된다. 상대가 빠른 만큼, 한 순간의 방심―한 번의 패스 미스조차 치명적일 수 있기에, 울산 특유의 안정적 운영이 요구된다.

 

이 도전의 여정은 브라질 플루미넨시, 독일 도르트문트와의 잇따른 맞대결로 이어진다. 세계 유력팀들과 한 조에 속했지만, 김판곤 감독은 “경기는 항상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현실 감각을 놓지 않았다. “개인 기량에서 외국팀이 앞설 순 있다. 그러나 조직력, 전략, 그리고 정신력은 상대할 만하다”며 자신감을 재차 다졌다. 폴란드 출신 수비수 밀로시 트로야크에 대한 기대 역시 남달랐다. 191cm라는 신체조건과 발기술, 빌드업 능력 덕분에 중원과 수비를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이 기대되며,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이미 팀에 깊이 녹아들고 있다”는 감독의 평가가 눈길을 끌었다.

 

김판곤 감독은 대회 특성에 대한 진단도 내놓았다. 32개의 팀이 한데 모인 지금,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시즌 오프에 휴식을 가진 유럽, 남미 팀과 달리, “울산은 시즌 중이라 체력 유지가 돋보인다”고 진단했다. 상대의 컨디션, 예기치 못한 이변이 한 경기, 한 골로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전했다. 결국 축구란, 누구나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드라마를 품은 스포츠라는 점에서, 울산의 선전은 단순한 객기가 아닌 치밀한 준비와 믿음의 산물임을 시사했다.

 

팬들의 반응 또한 긴장과 응원,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볼 때, 진심이 전달된다’는 울산의 태도에 축구팬들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국 울산이 펼칠 언더독 반전의 기록은 마멜로디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쓰일 전망이다. 조별리그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관문을 노리는 울산의 도전과 김판곤 감독의 각오가 세계 무대에서 어떠한 파동을 남길지 이목이 쏠린다.

 

긴 시즌의 한 가운데, 누군가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어떤 이는 그 무게를 견디는 힘으로 바꾼다. 6월 18일 오전 7시, 미국 올랜도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울산 HD가 처음으로 클럽 월드컵의 역사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여전히 낮은 평가마저 스스로를 북돋우는 힘으로 변모시키려는 울산의 이 도전에, 많은 이들이 조용히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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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울산hd#클럽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