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기억, 현대의 숨결”…익산에서 만나는 시간 여행의 이정표

여행지를 고를 때, 역사와 감성이 어우러진 곳이 인기다. 고대의 숨결을 간직하면서도 세련된 현대 문화까지 누릴 수 있는 익산이 그 중심에 있다. 누구에게는 찬란한 백제의 왕도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느긋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스폿으로 기억된다.

요즘 익산에서는 웅장한 고대 유적지 산책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흐린 여름 하늘 아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에는 소수의 산책객들부터 가족 단위 여행객, 연인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눈에 띈다. SNS에는 고즈넉한 오층석탑 앞 풍경과 싱그러운 잔디밭에서의 한가로운 시간, 그리고 익산보석박물관의 황홀한 전시 사진이 유행처럼 오르내린다. “박물관에서 만난 보석의 빛깔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관광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익산시는 해마다 여름과 가을마다 방문객이 크게 늘고, 최근 복합문화공간 왕궁포레스트 인기와 더불어 가족 동반 방문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 밝혔다.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 대형 아열대 식물원, 왕궁터 유적지 등 서로 다른 매력을 하나로 엮은 ‘익산 여행 코스’가 여러 여행 정보 사이트에서 꾸준히 추천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익산의 매력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삶의 무대’로 표현한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왕궁 포레스트와 같은 복합 문화 공간에서는 숲의 여유로움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 원예 프로그램이 어우러지며 도시적인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유적이 사색을 불러일으키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현대적 감각의 문화 체험까지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익산은 어릴 때 수학여행으로만 갔던 곳인데, 이제 가족과 다시 찾으니 전혀 다른 느낌”, “보석박물관 아이가 정말 좋아했고, 교도소 세트장은 사진 찍기에도 이색적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힐링 여행”이라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도시여행에서 벗어나 역사의 깊이와 여유로운 일상이 공존하는 곳을 찾는다면 익산이 그 답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실 이처럼 사소한 풍경 변화 안에는, 여행을 대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태도가 담겨 있다. 튀는 액티비티 대신 잔잔한 산책과 사색, 느린 시간의 가치를 찾는 흐름. “웅장한 유적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내 일상도 그만큼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한 여행객의 고백처럼, 익산은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의 리듬을 잠시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어쩌면 지금 이 변화는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시간을 찾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익산에서의 하루가 남기는 잔상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