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장 100% 개방 없다”…한미 관세 협상 진실 공방 속 산업 불확실성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마무리된 직후, 시장 개방 범위와 반도체 관세를 둘러싼 양국 발표가 정면으로 엇갈리며 IT·바이오 및 제조 산업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미국 투자와 시장 100% 완전 개방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반면, 우리 정부는 “추가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미중 경쟁·공급망 재편이 집중된 시점에서 이번 논의가 통상환경 변화의 중대한 변수라고 평가한다.
논란의 시작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현지 시간 30일,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합의 결과를 알리며 "한국이 미국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한다"고 공표한 데 있다. 러트닉 장관은 조선, 에너지, AI, 양자컴퓨팅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밝히는 한편, 문제의 발언을 통해 미국식 투자유치·시장 확대의 성과를 부각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는 즉시 “농산물 등 민감 품목은 철저히 방어했고, 추가 시장 개방 조치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미국산 1만2000여개 품목 중 99.7%는 이미 무관세 상태다. 2031년까지는 99.8%에 대해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 FTA 체계 내에서 추가 개방은 없으며, 이번 협상은 검역 및 통상 소통 강화의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통상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양허안 실적을 과장함으로써 자국 내 성과물로 활용하는 반복적인 관례로 보고 있다.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 관세 역시 양국의 견해 차가 두드러진다. 미국은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개별 관세 부과를 공식 의제로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반도체 관세는 대만과 미국 간 협의 후 결정될 사항”이라며 “최혜국 대우 수준의 조건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관건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규범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틀에서 재편되는 시점에,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협정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부는 조만간 ‘팩트시트’와 양해각서(MOU)를 공식화해 통상 협력에 대한 국내·외 불확실성 해소를 시도할 계획이다. “한미 정상 수준의 합의 내용을 조속히 명문화하고, 반도체·첨단산업 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 특히 바이오·IT·소재 산업의 중장기 공급망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제 협상 관행상 정상 합의 이후에도 해석의 온도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 대만 등 경쟁국 협상 결과와 연동해 우리 관세 체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통상전문가들 사이에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협상 체계가 실제 시장 환경에 어떠한 변동을 가져올지, 추가적인 개방 요구나 반도체·소재 산업 타격 가능성까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결국 한미 간 통상 체계에서 기술·산업의 글로벌 연동 효과, 정치적 해석 차이, 그리고 제도화 속도와 내용이 첨단산업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관전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는 향후 양국의 공식 문서화와 후속 일정, 그리고 추가 협상 결과가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구조적 영향을 면밀히 지켜보며 준비 수위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