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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부터 산사음악회까지”…강릉 보현사에서 맛보는 천년의 쉼표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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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잠시 일상을 벗어나 산사의 고요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멀게만 느껴졌던 사찰과 전통문화가 이제는 일상 속 쉼표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강릉 보현사에서 펼쳐지는 산사천년문화제 역시 그 변화의 한 장면이다.

 

강릉을 찾은 여행자 김지현 씨(36)는 “보현사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숲과 고즈넉한 산사의 기운에 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사찰음식의 고유한 향내, 다례 한 모금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축제는 사찰음식과 강릉 향토음식, 정갈한 디저트 전시까지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전통차와 중국차 시음, 만발공양 체험처럼 오감으로 느끼는 산사 문화도 SNS 인증샷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찰음식부터 산사음악회까지…‘보현사 산사천년문화제’ 강릉에서 열린다
사찰음식부터 산사음악회까지…‘보현사 산사천년문화제’ 강릉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5회째를 맞은 보현사 산사천년문화제는 매년 관람객이 늘고, 참가자의 연령대도 넓어진 모습이다. 강릉의 맛과 멋, 전통문화의 정수가 더해지면서 지역축제임에도 전국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쉼과 치유를 향한 일상적 여행’이라 부른다. 전통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천년 고찰의 차분함과 지역미식이 어우러진 산사축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참여하고 연결되는 치유의 경험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산사음악회를 직접 들어보니 단순한 음악회와는 달랐다”, “사찰 디저트가 이렇게 세련될 줄 몰랐다”, “아이와 전시 체험하면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런 사소한 여유가 많은 이들의 공감대가 된 셈이다.

 

축제가 전하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천년의 시간, 지극한 정성으로 이어온 맛과 멋, 그리고 조용한 산사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경험은 삶의 방향을 다르게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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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사#산사천년문화제#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