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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와 홍게 한 접시”…동해의 가을, 오감으로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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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와 홍게 한 접시”…동해의 가을, 오감으로 즐기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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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풍경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화려한 행사보다 잠시 쉴 수 있는 고요, 그리고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맛이 앞선다. 강원도 동해는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요즘 SNS에서는 동해 바다와 함께한 추억, 그리고 직접 손에 들고 먹는 홍게 인증샷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 파도 소리와 바람이 머문 추암해수욕장은 새벽 산책만으로도 마음을 비우게 한다는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일출과 함께 바라보는 추암 촛대바위, 그리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아찔한 스카이워크에서는 잠시 일상을 잊게 된다는 후기들도 이어진다.

추암해수욕장
추암해수욕장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강원도 해양관광지 방문객은 자연을 테마로 한 가족 혹은 혼자만의 일정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23년 동해시 관광통계에 따르면, 가을철 체류객 중 절반 이상이 자연경관과 지역별 '제철 먹거리'를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책로와 스카이워크 같은 야외 명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에도 인기다.

 

여행의 결은 먹거리가 완성한다는 말처럼, 동해의 제철 홍게는 그 자리에서 맛볼 때 진가가 드러난다. “갓 쪄낸 홍게를 먹는 순간, 바다 향과 함께 여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여행객 이지현 씨는 고백했다. 현지 식당들은 홍게 내장비빔밥부터 통째로 쪄낸 게찜까지, 제철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아낸다. 자연스럽게, 서울 등에서도 동해 박달홍게를 집에서 주문해 특별한 집밥을 즐기는 트렌드로도 확장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고 싶다”, “홍게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이런 풍경 속에서 하루쯤 쉬고 싶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여럿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흔하지 않은 계절의 맛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어울린다.

 

동해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산책길의 여백, 차가운 바람과 촉촉한 공기, 그리고 먹는 이마다 놀라는 홍게의 깊은 풍미는 특별한 풍경을 남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곳의 냄새와 맛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는 이유다.

 

풍경은 눈에 담기고, 맛은 기억에 남는다. 작고 소박한 여행이 일상을 바꾸는 순간, 계절의 한가운데서 삶의 리듬은 조금씩 새로워지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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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추암해수욕장#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