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마존, 기아 쏘울과의 도심 물류 동행 멈춘다”…글로벌 당일 배송 전쟁에 균열→노동자 처우 논란 확산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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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도시의 심장부를 누비며 물류 혁신을 이끌던 박스형 차량이 다시 제자리를 향해 실험의 막을 내렸다. 시계를 되돌려 잡은 아마존의 선택은, 겹겹이 쌓인 피드백 속에서 장밋빛 미래가 간단히 현실로 이어지지 않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당일 배송 경쟁의 회오리 속,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 간의 관계는 새벽 안개처럼 흐릿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2023년 기아 쏘울을 공식 배송 차량으로 선정하며, ‘배송 서비스 파트너스’(DSP) 프로그램을 미국 플로리다,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오하이오, 텍사스, 워싱턴주 등 다양한 주에 온전히 스며들게 했다. 도시의 길목마다 낯선 소형 박스형 차량이 등장하던 풍경, 그 이면에는 대형 차량이 지니기 힘든 속도와 유연함으로 새로운 물류 해법을 타진하려는 치열한 고민이 스며 있었다. 효율과 지속 가능성의 길목에서, 아마존은 임시 기사 중심의 ‘플렉스’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조직화된 계약 모델로의 전환도 시도했다.

‘아마존’ 기아 쏘울 당일 배송 중단…물류 실험 종료에 주목
‘아마존’ 기아 쏘울 당일 배송 중단…물류 실험 종료에 주목

하지만 실험은 기대와는 달리 완벽한 해답이 돼주지 못했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고객, 배송업체, 시설팀으로부터 들어온 솔직한 피드백은, 소형 차량과 DSP 모델 역시 근본적 문제를 단숨에 풀어주지 못함을 일깨웠다. 아마존은 당일 배송 체계의 효율과 연결을 위해 결국 플렉스 프리랜서 기사 중심 체제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앱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조율하던 기사들의 유연함이, 오히려 기업 관리 측면에선 또 다른 한계로 남는 아이러니도 함께였다.

 

단순히 기업의 전략 실패가 아닌, 노동의 가치와 체계, 기술 혁신이 얽혀있는 이 사안은 블룸버그 통신이 언급했듯 오랜 논란의 불씨를 품고 있다. 여러 노동자 권익 보호 단체들은 플렉스와 DSP 기사들이 사실상 아마존의 엄격한 지침에 따르며 실질적인 정규직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배달 혁신의 실험이 결국 노동구조의 갈등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은, 당일 배송 시대에 균형 잡힌 해법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마존의 퇴각을 주목한다. 당일 배송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는 한편, 노동자 처우와 조직 구조 문제는 국제사회 전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아 쏘울이 그린 물류 실험의 궤적에는, 물류 혁신의 가치와 한계, 그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삶이 교차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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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기아쏘울#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