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자유형 5개 메달”…오경령·원명경, 북한 레슬링 세계선수권 2위→10년 결실 빛났다
순간마다 메달을 향한 의지가 뚜렷했다. 오경령과 원명경이 장악한 매트에는 북한 여자 레슬링의 성장과 변화가 응축돼 있었다. 자그레브 세계레슬링선수권에서 쏟아진 5개의 메달은 선수와 코치진의 집념, 그리고 10년에 걸친 육성 정책의 결실을 보여줬다.
북한 여자 자유형 대표팀은 2025 세계레슬링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일본에 이어 국가별 순위 2위에 올랐다. 오경령이 55㎏급 결승에서 러시아 출신 개인중립선수 예카테리나 베르비나를 10-0으로 완파하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원명경도 50㎏급 결승에서 중국의 장위에게 8-2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은메달은 손일심(57㎏급), 김옥주(62㎏급)가 획득했다. 최효경은 53㎏급에서 동메달을 추가해, 국가별 순위에서 일본 뒤를 이어 2위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북한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두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포함해 존재감을 알렸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 1개, 은 3개, 동 3개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최효경이 53㎏급 동메달로 북한 여자 레슬링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슬링 관계자는 “북한은 약 10년 전부터 여자 경량급에 집중했다. 등록 선수만 수백 명에 이르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그 투자와 정책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남자 자유형에서도 한청송이 57㎏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남녀 모두가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반면, 한국 레슬링은 세계선수권 입상이 7년째 이어지지 않았다. 2018년 김현우와 김민석의 동메달 이후 이어진 침묵은 무겁게 남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자유형 모두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남은 그레코로만형 종목에서 명예 회복의 기회를 노린다.
단단한 바닥을 딛고 일어선 선수들의 숨소리,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는 눈빛이 자그레브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성장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온 북한 여자 레슬링 대표팀의 이야기는, 스포츠에 담긴 땀과 눈물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