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피부 넘어 만성질환으로”…공공 인식과 치료 접근 개선 과제
각질이 두껍게 겹쳐지고 피부에 하얀 비늘이 생기는 건선이 단순한 피부 트러블을 넘어서는 질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의료계에 따르면 건선은 정상보다 6~8배나 빠른 세포 교체 탓에 피부세포가 두꺼워지며, 이는 면역계가 피부세포를 잘못 인식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건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유전과 환경, 면역계 이상이 주요 인자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피부의 세포는 한 달가량의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지만, 건선 환자에게서는 이 주기가 일주일 이내로 단축된다. 그 탓에 각질층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것이다. 증상은 좁쌀 크기의 붉은 반점과 하얗게 덮인 각질층이 팔꿈치, 무릎, 두피 등 자극이 잦은 부위에 나타나기 쉽다. 얼굴 등 노출 부위로 확산될 수 있으며, 외견상 문제로 사회적 편견과 심리적 위축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선은 전염병이 아니지만, 공공장소 출입 제한 등 사회적 제약과 직접적 정서적 부담까지 동반한다. 특히 건선 환자의 10~20%는 관절염까지 함께 겪으며, 피로와 통증, 심하면 관절 변형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류마티스관절염과는 달리 통증이 비교적 약해 조기 진단이 늦춰지는 경향도 있다. 더 나아가 심근경색·고혈압·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비만,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다양한 동반질환 위험이 제기된다.
치료는 국소적 외용제, 광선치료, 전신치료제, 생물학제제(항체 치료제) 및 복합치료 등으로 나뉜다. 만성재발성 질환 특성상 장기적이고 부담이 적은 치료법 선정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건선 유병자 약 150만명 중 실제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15%로 추산된다. 진단율과 치료 접근성, 질환 인식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등 새로운 치료법을 중심으로 혁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은 신약 허가 및 보험 적용 등 제도 정비와 병행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방점을 두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대한건선학회, 국내 대학병원 등 다수 기관이 환자 대상 인식 개선과 조기 치료 캠페인을 펼치며, 치료 접근성 개선 및 복합적 동반질환 관리 기반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선 악화 요인으로 피부 건조, 물리적 마찰, 습도·온도 관리 부재, 과도한 스트레스, 불균형한 식습관(육류, 튀김, 인스턴트식품 등), 피로 누적 등을 꼽는다. 예방을 위해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 목욕 시 자극 최소화, 보습제 사용, 건강한 식단 유지,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 조정이 권고된다. 박은주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피부의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장기 경과 관찰과 개별 맞춤 치료, 조기 예방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만성질환 관리에서 건선이 차지하는 심리·사회적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치료 사각지대 해소, 생물학적 제제 등 혁신 요법 접근성 제고, 대국민 인식 개선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궁극적으로 치료기술 고도화와 함께 사회적 제도, 보험 체계 정비가 병행돼야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질환 관리 및 치료법 변화가 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