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엽, 검게 타버린 슬픔”…서희원 곁 지킨 12㎏의 약속→끝나지 않은 사랑
언덕 아래 쏟아지는 햇살 속, 구준엽의 얼굴이 더욱 야위어 보였다. 서희원의 묘소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결이 묻어났다. 가족의 시선 속에서도 한결같이 지켜온 약속은, 검게 그을린 피부와 옅어진 몸짓 위에 무언의 그리움을 더했다.
대만 매체 이핑뉴스에 따르면 서희원의 모친 황춘메이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딸의 유골이 안치된 금보산 묘소를 찾는다고 전했다. 황춘메이는 구준엽이 아내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도 매일같이 묘지에서 애도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그는 내년 1주기를 앞두고,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서희원 동상을 금보산에 세울 준비에 돌입해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황춘메이는 구준엽을 따뜻하고 의리 깊은 사람으로 표현하며, 검게 변한 구준엽의 얼굴빛에 두 사람 사이의 깊었던 인연과 애틋했던 감정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2일 가족 모임 사진에서도 드러난 바, 체중이 12킬로그램 이상 줄어든 구준엽의 모습은 주변에도 안타까움을 남겼다. 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묘소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희원은 1994년 동생 서희제와 함께 그룹 SOS로 데뷔했다. ASOS라는 이름으로 활동 무대를 넓힌 뒤, 2001년 드라마 유성화원에서 산차이 역을 맡으며 아시아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천녀유혼, 전각우도애, 검우강호, 대무생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구준엽과는 1998년경 약 1년간 연인 관계였으며, 세월을 넘어 2022년 3월 다시 만난 뒤 한국과 대만에서 혼인신고를 하며 부부로 재회했다.
두 사람의 재회는 예상치 못한 운명과도 같았다. 팬데믹의 벽조차 이들의 진심을 막지 못했고, 마침내 법적 부부로 다시 연결된 이들은 짧지만 뜨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2024년 2월, 가족 여행 중 겪은 폐렴 합병증으로 서희원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일본에서 화장된 유해는 대만으로 옮겨졌고, 여러 논의 끝에 구준엽이 뜻한 금보산에 안치됐다.
슬픔을 흡수한 얼굴빛은 시간이 흘러도 옅어지지 않았다. 구준엽은 동상 제작 등으로 삶의 흔적을 남기며 매일같이 묘소를 찾는다. 조용한 산책길 위에서, 그는 여전히 서희원의 존재를 마음에 담고 하루하루를 건넨다.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그리움과, 끝나지 않은 약속은 금보산 언덕에서 조용한 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