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방조·문서 폐기 의혹”…한덕수 전 총리, 특검에 피의자 신분 출석
계엄 방조와 사후 문건 작성 의혹을 둘러싼 내란 특검 수사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정면 겨냥했다. 국정 2인자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한덕수 전 총리를 내란 핵심 공범으로 판단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9일 서울고등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한 전 총리를 소환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방조 및 가담, 계엄 해제 방해 등 전후 과정을 신속히 파헤치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한 전 총리를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직접 조사하며 비상계엄 선포식에 앞서, 그리고 이후 지시사항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내란에 동조하지 않았는지’, ‘계엄 문건 챙기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보도에 대한 입장’, ‘계엄 직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한 전 총리는 짧게 “수고하십니다”라고 답하며 조사실로 이동했다.

한덕수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의혹에 더해 불법 계엄에 적극 개입한 ‘핵심 공범’으로 특검의 의심을 받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무총리는 대통령 명령을 받는 동시에 모든 행정기관을 지휘·감독하며, 계엄 선포 건의 역시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특검팀은 “실질적으로 한덕수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후 의사 결정과 행위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초대해 계획을 설명받은 6명의 핵심 국무위원 중 한명이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 이튿날 계엄 해제 심의 등에도 모두 참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불법 계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보좌진과의 문건 작성 및 폐기 의혹도 불거졌다. 특검에 따르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해 12월 5일 허위 계엄 선포 문서를 작성하자, 한 전 총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이에 서명한 뒤 “사후에 문서를 만든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문서 폐기를 지시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또한 한 전 총리는 계엄 해제 논의 과정에서 당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위증을 했고, 국무조정실을 통해 비상계엄 당시 정부 기관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입 통제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이미 지난 7월 2일 한덕수 전 총리를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에는 자택, 공관, 강의구 전 부속실장 주거지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강제 수사에 나섰다. 이후 한 달여간 핵심 관련자 조사를 계속 이어가면서 ‘혐의 다지기’에 집중했고, 약 한 달 만에 한 전 총리를 다시 소환하며 수사를 본격화하는 국면이 됐다.
정치권은 한덕수 전 총리의 핵심 피의자 전환을 계기로 내란 특검 수사가 정국의 중심 이슈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정 최상위 책임자들의 내란 혐의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여당 주변에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과도한 수사”라는 견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 구성과 국회 내 정당 간 대립 구도가 특검 수사에 정치적 긴장감을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한덕수 전 총리를 대상으로 제기된 일련의 의혹 전반을 심층 확인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정국 향방과 수사 결과를 놓고 치열한 공방과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