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실 현장검증 강행에 여야 정면 충돌”…추미애 위원장, 반쪽 국감 불씨 남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대법관실 현장검증을 둘러싸고 극한 충돌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반쪽 국감’이 현실화됐고, 사법 신뢰와 의회 권한을 둘러싼 대립이 국정감사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15일 서울 대법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역대 처음으로 대법원 현장검증에 나서며 국감이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선고 이후 전산 로그기록과 대법관 증원 예산 산출 근거 등에 대한 실체적 확인을 이유로 대법정, 소법정, 대법관실까지 직접 점검했다. 현장 점검 이후 김용민 의원은 “대법관 수 증원이 국회 입법에 영향을 주는 만큼 대법원 측 안내로 원활하게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은 ‘정당한 입법적 확인’임을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법원 압수수색", "사법부 겁박", "입법 쿠데타"라며 즉각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불법 현장검증을 강행해 재판부를 압박했다”고 주장했고, 신동욱 의원 역시 “명백히 불법적인 점령 시도”라며 민주당의 국감 진행을 거세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장검증이 시작되자마자 국회로 복귀해 오후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면서 여야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현장검증 과정에서 대법원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검증 요구에 당혹을 감추지 못했으나, 추미애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4분간 대법정, 3분간 소법정, 10여분간 대법관실을 둘러보며 관련 자료와 업무 환경을 확인했다. 대법원장실과 서버실 등 논란이 된 추가 장소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국감장으로 돌아온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로그기록 제출 등 추가 자료 요구에 집중했다. 이성윤 의원은 “재판관 기록 열람 여부만 확인하려 한다”며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건별 검토 기록은 심증 형성 및 합의과정과 직결된다”고 입장 표명을 거듭했다. 사법부와 국회의 절차 충돌이 노출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 속에 오후 4시 30분 재개된 질의에서 민주당은 대법원의 기록 관리 및 증원 예산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서영교 의원 등은 “중요사건 기록 열람 방식이 적절했는지” 추가 질의했고, 조병구 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은 “세계 어느 법률심도 전 기록을 온전히 검토하지 않는다”며 원칙론을 들었다.
국감 종료를 앞두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맞게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박지원 의원 질문에 “재판 사항 관련 언급은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위원들 발언을 30분 넘게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야당은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추가 국정감사 필요성까지 언급, 추미애 위원장 역시 "추후 논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추가 대법원 국감 개최 여부가 국회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날 대법원 국정감사는 사법부·국회 간 권한과 역할 논란을 다시 촉발시키며, 정치권과 법조계 모두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현장검증 논란과 추가 자료 제출 문제 등을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