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13번 한계”…조성환·염경엽, 결정적 승부처→두산-LG 지략 대립
치열하게 교차한 시선, 8회말 잠실구장은 한순간 숨이 멎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때이른 긴장감이 덕아웃을 흔들었고, 수차례 던져진 견제구는 양 팀의 결기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조수행의 집념 어린 도루 성공이 관중의 숨을 돌게 한 순간, 두산과 LG의 사령탑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27일,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서울 잠실구장에서 맞붙은 경기는 단순한 승부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전날 벌어진 8회말, 두산은 3-4로 뒤진 상황에서 김인태가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조수행이 대주자로 투입됐다. LG 투수 김진성은 양석환 타석에서 8회, 이유찬 타석에서 5회 등 무려 13차례나 1루에 견제구를 뿌렸다. 때마침 모든 시선이 해당 장면에 집중됐고, 결국 조수행은 도루에 성공하면서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두산 조성환 감독 대행은 "견제구를 그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싶었다"며, 경기가 흐름을 잃을 뻔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대가 한 베이스 막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상황에도 도루에 성공한 조수행 선수를 칭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LG 염경엽 감독은 "조수행을 2루에 보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핵심을 짚고 "상대에게 강한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또 "우리도 비슷한 상황을 수차례 경험했다. 박해민이 출루했을 때 상대 투수의 7연속 견제도 있었다"면서 한 점 싸움에서의 치열한 전략을 강조했다. "지고 있을 때 견제가 계속 나오면 충분히 화날 수 있다"며 조성환 감독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혔지만, "상대를 압박해 견제를 유도하는 입장으로 받아들이면 스트레스가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록의 무게와 각 팀 사령탑의 지략은 팬들에게 또 다른 흥미를 선사하며, 잠실잔디 위에는 새로운 논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두산과 LG가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견제구 논란이 당분간 프로야구 현장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관중들의 귓가에는 숨죽였던 순간과 한 베이스를 향한 두 팀의 염원이 오래도록 남았다. 글러브에 스민 긴장, 덕아웃에 맴돈 작전의 온도차. 이 여운은 잔잔하게 번지며, 두 팀의 다음 맞대결에 한층 더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