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속 국수 한 그릇”…가뭄 딛고 다시 여는 가을 강릉의 축제 → 강릉 시민들, 일상 회복에 박수
요즘엔 가을바다와 커피, 그리고 싱그러운 국수의 향을 따라 강릉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강릉의 가을 축제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올해는 ‘다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더욱 특별하게 느낀다.
가뭄으로 취소됐던 강릉커피축제와 누들축제가 다시 열린다. 안목커피거리와 월화거리에선 매년 축제 인증 사진이 SNS에 떠올랐지만, 올해 봄 가뭄은 축제의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오봉저수지의 바닥을 드러낸 물 부족은 지역 사회를 움츠리게 만들었고, 한번 결정된 취소는 강릉시민뿐 아니라 축제를 찾던 이들에게도 허전함을 남겼다.

그런데도 가을이 깊어갈 무렵, 강릉은 또다시 문을 연다.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커피와 다양한 국수 음식이 가득한 거리는 회복의 상징이 된다. 축제의 재개를 두고 강릉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의 일상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꼽았다. 간담회 자리에서 상인들과 협회장들은 “재해를 이겨낸 우리의 강릉도 보여주고싶다”는 마음을 모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읽힌다. 그만큼 많은 상권이 가뭄 기간 매출 타격을 겪었고, 축제가 단지 ‘노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계기가 됨을 체감한다. 행사장에도 이전과 다른 풍경이 들어선다. 수돗물 절약 안내문, 일회용품 제한 구역 등은 지난 재해를 잊지 않겠단 신호이기도 하다.
지역 전문가들은 “축제는 강릉만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면서, 재난 이후 ‘함께’의 가치를 되새기는 연결의 장”이라고 표현했다. “차 한 잔, 국수 한 그릇이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는 경험이라 느꼈다”는 시민 인터뷰엔 회복의 의미가 진하게 묻어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는 축제를 더 아껴야겠다”, “나도 환경 생각하게 됐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많은 방문객이 “이런 기회가 있었기에 우리가 더 강해진 것 같다”는 감상도 나눈다.
올해 강릉의 가을 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다. 도시의 시린 계절을 견뎌낸 뒤, 모두가 다시금 모여 따뜻함을 나누는 ‘회복의 의식’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