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FcRn 억제제 확보”…셀트리온, 美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셀트리온이 미국 바이오텍 카이진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항체 기반 신약 후보물질 2종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하며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장한다. 업계는 이번 파이프라인 확대를 ‘차세대 FcRn 억제제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내 셀트리온의 입지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4일 카이진이 보유한 병인성 자가항체 분해 기술 ‘PDEGTM’ 플랫폼을 활용한 항체 신약 후보 2종(KG006, KG002)에 대한 글로벌 개발·생산·판매 권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KG006의 경우 중국·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KG002는 글로벌 전역에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총 계약 규모는 선급금(약 114억 원)과 개발·판매 마일스톤(최대 1조621억 원), 상업화 시 로열티(매출의 5~10%)를 포함하며, 국내 바이오기업 신약 기술수출 사례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핵심 기술인 FcRn(Fc 수용체) 기반 항체는 체내 면역글로불린G(IgG) 재순환에 관여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며, 병인성 자가항체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전이다. 기존 TNF-α 혹은 인터루킨(IL) 억제제 대비, 다양한 자가항체 매개 질환 대상 적응증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PDEGTM 플랫폼은 병인성 항체의 단순 억제에서 더 나아가 분해까지 유도함으로써, 이전 세대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그간 아달리무맙, 인플릭시맙 등 바이오시밀러(복제약)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집중해왔으며, 이번 KG006·KG002 추가로 항암 외 자가면역질환 영역까지 신약개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FcRn 억제제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에서 신속한 임상 진입과 글로벌 상업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 알렉시온, 아스트라제네카 등과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FcRn 억제제 등 차세대 자가면역 신약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제약사의 제품 일부는 FDA 허가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황으로, 한국 기업 가운데 셀트리온이 선제적으로 플랫폼 도입에 나선 점이 주목받는다.
한편, 신약개발 과정에서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규제당국(MFDA, EMA 등)의 데이터 요건 및 안전성 기준도 상향되고 있어, 각국 임상 가이드라인에 맞춘 개발 전략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FcRn 억제제와 같이 플랫폼 기술력 차별화에 따라 초기 시장 진입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기술 라이선스-임상전략 등 융합적 접근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의 신규 항체 파이프라인이 실제 상업화를 실현할지, 그리고 글로벌 자가면역 시장 내 입지 변동에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 선도와 규제 혁신, 기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밸류체인 협력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