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ITER 분담금 2조9천억원대 급증”…정부, 추가 부담에 재정 압박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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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정부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의 대규모 분담금 증가를 두고 재정 부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에 따르면 ITER 완공 지연으로 한국이 분담해야 할 비용이 2조9천495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완공이 9년 늦춰지며 사업비가 50억 유로(약 8조2천868억원) 이상 확대돼 국회의 견제와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ITER 이사회에서 완공 시점을 2034년으로 연장함에 따라, 한국의 재정 부담이 1조3천63억원 증액됐다고 밝혔다. 이 중 현금 부담금은 1조1천655억원, 장치 제작 등 현물 부담은 1천4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완공까지 한국이 부담해야 할 현금 분담금은 1조9천657억원, 장치 제작 비용은 9천838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ITER는 한국, 미국, 프랑스 등 7개국이 참여하는 핵융합 에너지 국제 실증 프로젝트다. 당초 2004년 출범 때만 해도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기술 난제와 코로나19, 현장 조립 상황 악화 등의 이유로 올해에서 2034년으로 잇따라 연기됐다. 그 결과 한국의 분담금은 출범 당시 7천566억원에서 이번 증액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급증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현금 투입액이 1천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총사업비 증가로 국민 재정 부담이 크게 악화됐다”며 “향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사업 일정 및 예산 조정 관련 절차를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분담금 증액과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 추가 절차가 필요한지 도마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07년 이미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데다, 분담 비율에 변동이 없다는 법률 자문을 받은 만큼 재비준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술의 국제 수주 실적을 내세웠다. ITER 건설 과정에서 한국이 수주한 장치 물량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섰고, 후기 공정에서도 국내 제조업 강점을 활용한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금 부담의 상당 부분이 기술 수주로 상쇄되고 있다”며 “비용 부담 자체보다도 국내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거듭된 완공 연기와 예산 확대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둘러싼 논의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는 정부의 추가 보고와 관련 법적 절차에 대한 검토에 나설 예정이며, 재정 건전성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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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iter#과학기술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