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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일상화…MS, 워크IQ로 업무 재편 노린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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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단순한 도우미를 넘어 기업 운영의 기본 단위로 부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례 행사 이그나이트에서 MS 365 코파일럿과 연동되는 지능 레이어 워크IQ와 에이전트 거버넌스 플랫폼 에이전트 365를 공개하며, AI를 제품의 부가 기능이 아닌 조직 아키텍처 전반에 스며든 인프라로 재정의했다. 업계는 2028년 전 세계에서 13억개 규모의 AI 에이전트가 운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발표를 에이전트 일상화와 섀도우AI 관리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현지시간 18일 개막한 이그나이트에서 MS 365 코파일럿의 핵심 업그레이드로 워크IQ를 처음 선보였다. 워크IQ는 코파일럿과 코파일럿 생태계의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통찰을 제공하며, 다음 행동을 예측하도록 설계된 지능 기반 레이어다. 여기에는 사용자의 역할과 조직 구조, 협업 패턴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며, 결과적으로 각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AI 코파일럿을 구성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워크IQ의 기술적 구조는 데이터, 메모리, 추론 세 가지 축으로 설명된다. 먼저 데이터 계층은 이메일, 파일, 회의, 채팅 등 MS 365 전반에 축적된 비정형 업무 데이터를 정규화해, 특정 업무가 어떤 문서와 대화, 회의 흐름을 거쳐 진행되는지 지식 그래프 형태로 구조화한다. 메모리 계층은 여기에 사용자의 스타일, 선호도, 반복되는 업무 루틴, 조직 내 관계망 등 개인화 정보를 덧붙여 장기적인 작업 패턴을 학습한다. 마지막으로 추론 계층은 데이터와 메모리를 결합해 문맥적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안하거나 최적의 다음 행동을 예측한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 프롬프트 응답형 AI와의 차별점으로 제시된다. 사용자가 코파일럿에 지시를 내리면, 워크IQ는 프롬프트의 의도와 과거 업무 히스토리를 함께 분석해 어떤 에이전트 조합이 가장 효율적인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하려 할 때, 관련 회의록과 메일 스레드, 이전 버전 문서, 관련 재무 데이터를 자동으로 연결해 하나의 작업 세션으로 묶고, 문서 작성 에이전트와 데이터 분석 에이전트를 함께 추천하는 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이러한 네이티브 통합 방식을 강조하며, 외부 커넥터를 덧댄 단순 플러그인형 구조와는 구현 철학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MS 365 코파일럿 자체도 워크IQ를 기반으로 기능을 확장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서는 코파일럿 채팅 인터페이스 안에서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을 공동 제작하는 에이전트 모드가 강화됐다. 사용자는 채팅창에서 자연어로 지시를 내리면, 코파일럿이 관련 자료를 검색·요약·생성하고, 오피스 에이전트가 형식과 구조를 자동 정리하는 식이다.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음성 명령 기반 코파일럿 기능을 통해, 이동 중에도 문서 생성과 회의 준비, 데이터 조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 특화 기능도 업데이트됐다. 업무용 보안 AI인 코파일럿 챗은 기업 정책과 권한 체계를 반영해, 사용자별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와 수행 가능한 작업을 세분화한다. 이를 통해 자연어로 질문하더라도 권한 밖의 데이터에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계해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업무 도구의 보안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에이전트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섀도우AI 리스크가 있다. 프랭크 X. 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는 글로벌 리서치 기관 IDC의 전망을 인용해 2028년까지 전 세계 기업들이 운용할 AI 에이전트가 약 13억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상당수 조직은 에이전트를 중앙에서 모니터링하고, 보안 정책과 규정을 적용하며, 이상 행위를 탐지할 프레임워크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관리되지 않는 AI 에이전트가 승인을 받지 않은 클라우드 도구를 가리키는 섀도우IT와 유사한 새로운 보안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섀도우AI는 조직의 공식 승인 없이 도입된 자율형 에이전트나 AI 도구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현업 직원이 편의를 위해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에 내부 기획서나 고객 DB 일부를 업로드해 요약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데이터는 조직의 통제 밖으로 나가게 된다. 반복될 경우 민감한 정보가 축적돼 유출 위험이 높아지고, 각국 개인정보보호 법령이나 내부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위반할 소지가 커진다. 특히 금융, 의료, 공공 분야에서는 이런 비가시적 데이터 흐름이 규제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해법이 에이전트 365다. 에이전트 365는 조직 내에서 운영되는 AI 에이전트를 한 곳에서 파악하는 단일 레지스트리 역할을 한다. 관리자는 에이전트별 목적, 데이터 접근 범위, 연동 시스템, 담당자 정보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고, 역할 기반 접근 제어를 통해 부서나 직급, 프로젝트 단위로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 에이전트와 사용자, 데이터 소스 간의 관계를 시각화해 특정 에이전트가 어떤 데이터에 얼마나 자주 접근하는지, 어떤 사용자 그룹과 주로 상호작용하는지 네트워크 형태로 파악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이 플랫폼은 상호운용성도 강조한다. AI와 사람이 주고받는 작업 흐름을 표준화된 워크플로우로 정의해, 에이전트가 사람에게 업무를 넘겨주거나 사람이 에이전트에게 후속 작업을 위임하는 경계를 자연스럽게 잇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위협 탐지와 취약점 분석 기능을 묶어, 비정상적인 데이터 접근 패턴이나 과도한 권한 요청을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통해 대규모 에이전트 운영 환경에서도 규제 준수와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에이전트 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300명 이하 중소·중견 기업을 겨냥한 MS 365 코파일럿 비즈니스도 출시했다. 1인당 월 21달러 수준으로 공개된 이 구독형 상품은 다음 달부터 제공될 예정이며, 중소기업용 오피스 구독과 연동해 문서 작성, 회의 관리, 일정 조율, 판매·지원 업무 자동화에 코파일럿을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대기업에 비해 전담 IT 인력이 부족한 조직에서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은 AI를 제품의 마감 장식에 비유하는 관점을 분명히 경계했다. 쇼 CCO는 많은 조직이 AI가 업무 방식과 문제 해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여전히 업무에 추가되는 보조 기능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를 완성된 제품 위에 올리는 체리처럼 나중에 덧붙이는 요소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최종 사용자 경험 전반을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핵심 구성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아키텍처부터 권한 체계, 교육과 조직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에서 AI 활용 방식을 사전에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유사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대형 금융사와 헬스케어 기관은 내부 데이터 레이크에 연결된 전용 언어모델과 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하며, 외부 공개형 모델과 내부용 모델을 분리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동시에 유럽을 중심으로 AI법제 논의가 진전되면서, 에이전트의 책임 소재, 데이터 사용 투명성,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크IQ와 에이전트 365 역시 이러한 규제 흐름을 염두에 둔 기업용 패키지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가 문서 작성이나 검색 자동화를 넘어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체를 재구성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내부 승인 절차, 고객 응대, 공급망 관리 등 반복적이면서 규칙 기반의 업무를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사람이 예외 처리와 전략 설계에 집중하는 구조가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데이터 품질과 보안, 규제 준수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에이전트 확산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병행된다. 산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워크IQ와 에이전트 365 구조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안착할지, 그리고 에이전트 거버넌스가 차세대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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