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F, 가자지구 식량 지원 강행”…이스라엘·미국 주도→경영진 연쇄 사임의 그림자
깊은 상처가 새겨진 가자지구 남부를 따라, 수천 명의 주민들이 희망의 끈을 붙잡은 채 구호식량이 도착하는 ‘보안 배포 장소’ 앞에 모였다. 5월 26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주도로 새롭게 설립된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은 긴 침묵을 깨고 식량 트럭을 가자 남부 네 곳에 처음 풀어놓았다. 그러나 구호품은 차량이 닿지 않는 도보 길에 한정돼 노약자의 발걸음까지 무겁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국제 질서 속에서 GHF가 나선 자리는 오랫동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를 비롯한 기존 유엔기관들이 지켜온 구호의 현장이었다. 올해 2월,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가 기존의 구호체계를 이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자체적인 구호시스템 GHF를 창립했고, 두 달이 넘도록 봉쇄된 가자지구에는 반쪽짜리 완화와 함께 신설 재단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국제사회는 그 출발부터 엇갈린 시선을 보였다. 기존 구호단체들은 GHF의 존재 자체가 인도주의의 독립성과 중립에 반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과 각국 기구들은 “원조가 무기화돼선 안 된다”며 협조를 거부했고, GHF 측은 하마스의 방해를 주장하며 난감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 어수선한 풍경 한가운데, GHF를 이끌던 대표 제이크 우드는 “인도주의 원칙을 지킬 수 없다”며 성명을 내고 25일 사임했다. 곧이어 최고운영자 데이비드 버크 역시 조직 내부의 중립성 논란에 책임을 지고 떠났다. 임시 대표로 선임된 존 애크리는 20년 넘는 글로벌 재난 구호 경험을 내세우며 GHF에 새 희망을 더하려 했으나, 혼란은 쉽사리 걷히지 않고 있다.
이날에도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으로 가자에서 52명이 목숨을 잃었고, 특히 피란민 학교에 쏟아진 공습은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휴전안 합의를 둘러싼 소식 또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하마스가 미국 중재 하의 새안에 동의했다는 일부 보도는 백악관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공보실에 의해 즉각 부인됐다.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휴전이 현실이 되기엔, 불신과 갈등의 강은 여전히 깊었다.
GHF의 등장은 가자지구의 풍경만이 아니라 국제 인도주의 질서를 뒤흔든다. 신설체의 실효성과 중립성, 원조의 위상이라는 숙제가 남겨진 채, 무력과 구호가 뒤섞인 현장에서 인도주의의 길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국제사회와 온 인류의 눈길이, 신뢰를 건너는 그 다리 위에 길게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