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의 찬란한 순간”…김경문, KBO 1천승 달성→한화 숙원 우승 향해 뛴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저녁, 1천승의 순간을 눈으로 담은 팬들의 침묵에는 깊은 경외가 스며 있었다. 무려 1천894경기 만에 김경문 감독이 세운 대기록. 한화 이글스 감독은 롯데전에 2-0 승리를 거두며, 프로야구 역대 3번째로 통산 1천승이라는 거대한 이정표를 밟았다. 좌절과 환희를 반복한 시간 끝, 오롯이 응원에 바쳐진 박수만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김경문 감독의 야구 인생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다. 2004년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그는 데뷔전에서 7-1로 승리했고, 16무를 포함한 960경기에서 512승 432패를 기록했다. 강한 리더십과 유연한 전략으로 두산의 체질을 단단히 바꿨으며, 100승부터 500승까지 모두 직접 쌓았다.

NC 다이노스 창단 감독으로 옮긴 2011년부터는 젊은 선수 육성과 전력 강화로 팀의 빠른 성장에 기여했다. 384승 342패 14무, 740경기에 걸친 고군분투 속 NC를 정규리그 3위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600승부터 800승 고지도 함께 달성했다. 2019년, 국가대표 야구팀을 이끌며 프리미어12 준우승과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으나, 메달 획득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김경문 감독은 취임 첫해부터 42승 44패 1무의 성적으로 팀에 안정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은 정규리그 1위를 향한 좀 더 담대한 도전이 이어진다. 그가 지켜온 통산 성적은 오늘 기준 1천승 860패 34무. 김응용, 김성근에 이은 3번째 1천승 감독이란 타이틀이 그의 커리어를 더욱 빛낸다.
하지만 아직 그가 도달하지 못한 건 한국시리즈의 정상이다. 두산과 NC에서 5차례나 준우승의 문턱에 섰지만, 마지막 한 계단을 넘진 못했다. 한화 역시 오랜 기간 우승의 갈증을 안고 있다.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33년 만의 정규리그 1위를 향한 염원에 김경문 감독의 경험과 리더십이 새로운 희망을 더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숨 가쁜 발걸음은 한화 이글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계속된다. 구장의 적막함 뒤로 번지는 희망과 기다림, 그 서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구 인생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은 그가, 한화에 남길 새로운 역사는 시즌 내내 KBO리그를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