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얼어붙은 겨울밤 뚫은 외침”…옥탑방의 문제아들 충격 눈물→상담가 운명 뒤집혔다
하얀 눈이 가득했던 고요한 새벽, 상담가 이호선의 가족 앞에 찾아온 노인의 등장은 마치 인생의 긴 계절을 바꾸는 듯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이호선은 단순한 상담을 넘어, 한 인생의 절규가 자신의 선택을 뒤흔들었던 날을 회상했다. 사랑조차 언어가 닿지 않던 늙은 부부의 이야기는, 새벽의 어둠처럼 깊고 차가웠다.
이호선이 꺼낸 사연의 시작은 눈을 밟으며 친정집 대문을 향한 80대 여성의 맨발이었다. 수 킬로미터를 걸어 노파가 집을 두드린 순간, 터져나온 울음에 가족 모두가 숨을 삼켰다. 평범한 삶이라 믿었던 노년의 벽 너머에는 늘어난 주름만큼 쌓인 고통이 있었다. 노인이 밝힌 실상은 부부 사이에서 반복되는 억압과 폭력이었다. 남편의 성적 요구와 이를 거절할 때마다 뒤따른 폭언, 무차별적인 신체적 폭력이 일상과 삶 자체를 위협했다는 절박한 고백이 전해졌다.

죽음의 문턱과 맞닿은 두려움을 안고 뛰쳐나온 그날의 밤, 이호선은 노인문제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전했다. 80대에게도 깊은 상처와 아픔이 있으리라는 사실은, 그저 막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당장 내 손이 필요한 현실이었다. 자료나 지침 하나 없는 시절, 밀림처럼 답답한 사회 한복판에서 이호선은 스스로 상담가가 돼야겠다는 사명을 품었고, 그날 이후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어 이호선은 “내가 힘이 돼야 했다. 노인도 사랑 앞에서, 참혹한 인생의 막바지에서 구원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겨울 새벽의 고백을 시작으로, 그는 노년의 아픔을 돕는 상담의 길을 걸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날의 울음, 가지런히 내린 눈, 수화기의 차가운 울림까지 아직 그의 마음에 새겨져 있다.
상담가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게 했던 그 새벽, 이호선의 진심과 용기는 이번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다른 이들의 삶에 생명 같은 온기를 전했다. 방송에서는 각자가 품은 이야기가 얼마나 누군가에겐 끝나지 않은 겨울일 수 있는지, 그 겨울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누군가가 또 얼마나 절실한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호선이 출연한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인생의 변곡점을 맞은 그날의 기억과 함께 안방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