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K푸드로 전파하는 식품안전 규제…식약처·WHO, 6개국 교육 강화

오예린 기자
입력

식품안전 규제가 글로벌 교역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의 관리 체계가 개발도상국 표준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세계보건기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 CODEX 체계 안에서 제도화되면서, 향후 K푸드 수출과 글로벌 규범 형성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수를 식품안전 규제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CODEX 신탁기금 수혜국 6개국의 식품안전관리 공무원 9명을 초청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연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과테말라, 동티모르, 말리, 엘살바도르, 잠비아, 케냐 등으로, 모두 식품안전 제도 고도화와 국제 규격 대응 역량 강화가 필요한 국가들이다. 프로그램은 CODEX 활동 촉진과 자국 내 식품안전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목표로 설계됐다.

CODEX 신탁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고, 자국 환경에 맞는 국제식품규격 개발 과정에 기여하도록 재정과 교육을 지원하는 글로벌 기금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WHO와 함께 이 기금을 활용한 초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최근 열린 제48차 CODEX 총회에서 프로그램 효과와 지속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네 번째인 이번 연수의 커리큘럼은 한국의 식품안전관리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해설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식약처는 국내 식품 및 수입식품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소개하고,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으로 불리는 HACCP 제도의 운영 구조와 인증 절차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참가국들이 CODEX 회의와 작업반 활동에 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 기준 규격 개발 절차, 과학적 데이터 생산과 제출 방법, 이해관계 조정 전략 등을 실무 중심으로 다뤘다.

 

특히 이번 교육은 규제이론 강의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기반 위해평가와 공정 모니터링 등 과학적 식품안전관리 원리를 실제 사례와 연계해 해설했다. 생산 공정별 위해요소 분석, 잔류농약 관리, 수입식품 통관 검사체계 등은 개발도상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참가자들은 주제별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 자국 제도와의 차이, 법제 개편 방향, 예산·인력 제약 요소 등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모색했다.

 

현장 학습도 비중 있게 배치됐다. 연수단은 농심 구미공장과 삼해상사 김포공장을 방문해 라면과 조미김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원료 입고부터 포장 출하에 이르는 전 공정의 위생관리, 자동화 설비, 공정별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인했다. 두 공장은 K푸드 수출을 대표하는 품목의 거점 생산시설로, 해외 공무원들에게 한국식 선진 제조·품질관리 모델을 직접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HACCP 운영 방식, 공장 내 실시간 온도·습도·이물 관리 시스템, 생산 이력 추적 체계 등 디지털·자동화 기반 안전관리 수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참가자는 첨단 기술에 기반한 한국의 식품안전관리 노하우와 K푸드 제조현장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한국 식품의 글로벌 위상을 체감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수를 통해 개발도상국 식품안전 규제가 한국의 제도와 기술 프레임을 상당 부분 참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자국 법령과 관리체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모델을 부분적으로라도 채택하면, 한국산 식품이 수입·통관 단계에서 겪는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과 유사한 기준을 도입한 국가에서는 K푸드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축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CODEX 활동 요령 세션을 맡은 WHO 식품안전영양과 시모네 모레즈 과장은 한국이 CODEX에서 국제 식품안전 규정을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이번 연수 참가자들이 한국의 관리 체계를 자국의 제도와 CODEX 활동에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식품안전 규범 형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WHO와 공동 추진한 이번 초청연수가 개발도상국과의 식품안전 연대를 강화하고, 국가 간 안전한 식품 교역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제도 협력이 장기적으로 K푸드의 수출 기반을 넓히고, 한국이 디지털 기반 식품안전관리 기술과 정책을 함께 수출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예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식품의약품안전처#who#co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