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값 인하 압박에 역풍”…릴리, 비만약 영국 170% 인상 발표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응답해 내달부터 미국 외 주요 국가에서 의약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진국 약가 공정 분담 압박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구체적인 정책 변동으로 맞서는 첫 사례로, 업계에서는 약가 정책이 글로벌 의료시장 질서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14일(현지 시간) 일부 국가의 의약품 가격 조정을 공식화했고, 비만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의 영국 판매가는 최대 170% 인상될 전망이다. 해당 조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나, 릴리는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환자의 접근권 보장을 약속했다. 미국 국내에서는 인슐린 가격을 70% 인하하는 동시에, ‘릴리 다이렉트’ 플랫폼을 활용해 직접 판매 방식을 확대 중이다. 미국 환자의 본인부담금 상한도 월 35달러로 고정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동참한 첫 글로벌 제약사의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에서 약가가 인하되면서,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이를 만회하는 약가 인상이 이루어진 셈이다. 약가 격차를 최소화하는 ‘최혜국 대우’(MFN) 정책에 맞서, 고소득국 의료 시스템 상 약가 구조의 근본적 재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OECD 주요국 중 미국의 약가가 2~3배 비싸다며 올 하반기까지 글로벌 제약사에 미국내 가격 인하를 공식 요구했다. 이에 대해 릴리 측은 미국 외 국가의 약가가 인상되는 현실적 조치를 단행하는 동시에, 미국 제조 및 공급망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릴리는 복잡한 미국 약가 체계가 환자 부담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유럽 국가들은 단일 가격 체계와 낮은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지만, 미국의 경우 교차 보조금과 정책적 불투명성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릴리는 관세 도입에 반대하며, 오히려 미국 내 제조·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인센티브가 경쟁력 유지에 필수라고 밝혔다.
한편 릴리는 2020년 이후 미국 제조 시설 확장에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글로벌 공급체계 내 안정화를 위한 추가 투자도 약속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약가 정책 리셋의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응과 미국, 유럽 등 정책 당국의 추가 정책 변화가 바이오산업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가격 변화가 실제 시장 균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