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조주빈 항소심서도 5년형”…미성년자 성폭행 사실 인정→구조적 한계 남겨
소년의 시간을 빼앗긴 피해자와 범죄의 현장은 오랜 침묵을 강요해왔다. 텔레그램 ‘박사방’을 만들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조주빈에게 법원은 다시 한 번 중형을 선고했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9-1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에게 1심과 똑같이 징역 5년형을 인정했다.
수사의 시작은 조주빈이 2019년 미성년자였던 A양에 대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비롯됐다. 법정에 선 조주빈은 연인관계에서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는 일관된 진술로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영상 등 다수의 증거를 토대로 “피해자가 조씨의 요구와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며 동의되지 않은 범행임을 명확히 했다.

조주빈 측은 기존 형을 이미 많이 선고받았다며 ‘공소권 남용’과 ‘형량 상한 초과’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별개의 범죄라며 관련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사건과 별개로 조주빈은 같은 해 박사방 사건에 연루돼 추가 징역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날 선고 과정에서 조주빈은 별다른 항변을 하지 않은 채 법정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1년 이상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반복된 범죄의 무게를 지적했다. 사회적으로는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의 뿌리 깊은 구조, 미성년자 피해 생존자를 보호하는 현재 제도의 허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성착취 범죄가 첨단 디지털 환경에서 점점 지능화되는 지금,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각종 사건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피해자 보호체계와 디지털 성범죄 예방 정책의 실효성도 계속해서 점검이 요구된다.
조주빈과 박사방을 둘러싼 싸움은 법정에서 지속되고 있지만, 사회적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판결이 남긴 책임과 여운은 현 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