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영덕 블루로드를 걷다”…파도와 인연에 젖은 하루→삶의 회복 굽이쳐 온다
바람과 파도가 어우러진 영덕 해안,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오래된 기억이 ‘동네 한 바퀴’에 색다른 온기를 더했다. 영덕 블루로드를 따라 이어지는 길 위에는 머구리 김병식 씨의 해맑은 웃음과 바다에 녹아든 인연, 그리고 각자의 시간을 품은 이들이 살아간다. 웃음과 눈물, 희망과 상처의 파도가 넘실대는 삶, 동해의 푸른 결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는 어느새 시청자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머구리 김병식 씨와 박수준 씨가 잠수 장비 한 줄로 서로를 믿는 순간, 갓 잡은 해산물이 차려진 밥상에는 영덕 바다의 생명력이 더해졌다. 오랜 시간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았던 머구리 형제의 우정은 저마다의 고된 그리움마저 포근히 안았다. 해변의 또 다른 인연, 서퍼 신수현 씨는 과감한 행보로 직장을 떠난 뒤 15년간 파도의 자유를 삶에 새겼다. 부흥해변을 여성 서퍼들의 쉼터로 키우며 물살에 몸을 맡기는 순간, 신수현 씨만의 꿈과 용기가 퍼져나갔다.

항구의 구석, 농부 김지형 씨는 버려진 폐그물을 깨끗이 씻어내 인형과 쿠션, 베개로 나눈다. 바다로부터 다시 태어난 작은 작품들은 세 번의 세척과 손끝의 정성이 더해져, 아이들에게는 환경을, 이웃들에게는 사랑을 선물했다. 그러나 삶의 풍요 뒤편엔 아픔도 있었다. 들불이 스친 노물리 마을과 사라진 어선, 모든 것을 잃었지만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산불의 상처 위에 묵묵히 복원의 약속을 세운다.
해녀 배춘자 씨는 35년간 바닷속에서 미역을 거둬 가족의 삶을 짊어졌다. 잃어버린 남편의 몫까지 감내한 그녀의 노고는 네 딸의 성장으로 이어졌고, 매일같이 바다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새겼다. 대게거리, 20억 년의 역사를 품은 암석, 축산항의 강상숙 씨가 전해온 물가자미 손맛까지, 영덕 블루로드는 수많은 이야기로 채워졌다. 선원들과 나눈 식탁의 추억은 바람과 파도만큼 오래 삶을 적셨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바다를 품고, 시간은 상처 위에 회복의 길을 남겼다. 영덕 블루로드 위에 선 이들의 발걸음과 풍경은 다시 시작될 내일을 예감케 한다. 동해의 숨결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다가오는 5월 24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제321화 ‘바닷길이 부른다 – 경상북도 영덕군’ 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포근한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