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4선으로 0.87% 후퇴”…이스라엘·이란 충격, 코스피 7일 만에 하락 전환→방산·정유주 급등
겹겹의 긴장으로 들썩이던 6월 13일, 한국 증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라는 뉴스에 순식간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7거래일 연속 굳건했던 코스피 오름세도 이 하루 만에 흐름이 바뀌었다. 지수는 개장 초 2,930선을 넘나들다 금세 추락해, 마침내 전 거래일보다 25.41포인트(0.87%) 내린 2,894.62로 마감됐다. 뚜렷하게 흔들린 투자심리는, 지수를 사흘 만에 2,900선 아래로 되돌려놓았다.
경제의 지평 위에선 하루 만에 전혀 다른 바람이 불었다. 전쟁의 긴장이 호연히 파고들자, 잠시 강했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장중 매도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순매수 1,219억원으로 마감하며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개인 역시 4,669억원을 순매수했고, 반대로 기관투자자는 6,109억원 규모를 팔아 조정의 불씨를 남겼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연속 8거래일째 이어졌으나, 시장의 불안정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13/1749801752312_619415115.webp)
한국거래소가 제공한 데이터는 지난 한 달간 단단한 자금 이동의 궤적을 보여준다. 외국인은 5조 9,898억원, 기관도 1조 7,014억원을 사들인 반면, 개인들은 7조 1,721억원의 주식을 팔아냈다. 글로벌 자본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외인은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 저가매수 기회를 찾았고, 중공업 및 조선주에서도 기민한 순환매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번 충격 속에서 외국인의 매도 타깃도 분명히 드러났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MM, 카카오 등이 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에 밀려 하락 압력을 받았다. 최근 각광받던 일부 중소형주에서도 매물이 출회되며, 급등했던 종목의 차가운 온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기관 역시 갈래길에 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가 대형 매도 목록에 올랐다면, 한화오션, 파마리서치,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한전기술 등 방산 바이오 종목에 대한 순매수로 대조적인 선택을 보였다. 시장은 종목, 업종, 테마마다 엇갈린 길 위에서 새 흐름을 그리는 중이다.
거대 종목의 흐름도 비슷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셀트리온, 삼성물산 등 주요 대형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SK하이닉스(000660)는 보합으로 버텼으나, NAVER, 신한지주, 삼성생명 등 일부 종목만이 소폭 상승세로 반격을 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낯설지 않지만 그 영향의 파고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란 군부 고위 인사 사망으로 방산주와 해운주, 정유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치솟았다. 풍산,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가 두 자릿수 급등을 기록했고, HMM과 대한해운, STX그린로지스 등 해운주도 국제 해상운임 상승 기대 속에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는 상한가에 도달했고, 대성에너지와 S-Oil 역시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누적된 중동 리스크는 섹터별로 분명한 온도차를 남긴 채, 투자자에게 순간을 포착할 섬세한 감각을 요구했다.
환율 시장도 출렁였다. 오후 3시 30분 서울외환시장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10.9원 오른 1,369.6원을 기록하며, 외환시장 역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환율 상승은 곧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시장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우려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당장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긴 해도, 장기 흐름을 바꿀 변수는 될 수 없다”며 “외국인은 대량 투매가 아니라 업종 간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내외의 불확실성은 외국인 매수세가 단기 하방을 보완하는 구조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보다 더 깊은 내림을 택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20.59포인트(2.61%) 급락한 768.86에 멈췄다. 장 초반 잠시 상승 바람이 불었으나, 이내 낙폭이 확대돼 제약·바이오주 중심으로 급락장이 펼쳐졌다. 파마리서치,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등 바이오 관련주가 일제히 쏟아진 매도 물량에 주저앉았고, 전기차 관련주도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기차 규제 폐지 발언 영향으로 함께 하락했다. 그 와중에 신성델타테크, 넥슨게임즈 등 일부 종목만이 이슈성 재료에 기대 상승했다.
양 시장의 거래대금 규모는 각각 16조5천692억원, 7조8천44억원으로 확인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이 9조7천442억원에 이르러 첫 9조원 돌파를 기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지형 속으로 한층 깊이 들어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짙어진 대외 긴장 속에서, 한국 투자자·기업·가계 모두는 다시 한 번 기민한 리스크 관리와 유연한 전략을 요구받는다. 지정학적 파장, 환율 흐름, 섹터별 순환 장세 등 변화의 결이 섬세해질수록, 소비자와 투자자가 관찰해야 할 시그널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 다음 주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정책 발표 예정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은 또 한 번 새로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