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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옥 모녀, 13년 그리움 끝 상봉”…다큐 인사이트, 침묵의 시간 너머→벅찬 포옹은 어떻게 이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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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옥 모녀, 13년 그리움 끝 상봉”…다큐 인사이트, 침묵의 시간 너머→벅찬 포옹은 어떻게 이어졌나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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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고명옥의 시선은 이름 없는 존재로 하늘을 바라봤다. 다큐멘터리 ‘다큐 인사이트’는 아이들을 향한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 그리고 삶의 벼랑 끝에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모녀의 현실과 재회를 깊이 있게 따라갔다. 세상의 시선과 추적으로부터 도망치듯 숨어드는 탈북 여성에게 자유란 먼 언덕너머의 이야기였지만, 가슴 속 희미한 희망과 자식을 향한 그리움만큼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다.

 

16년 전, 고명옥은 어린 두 자녀와 두만강을 건넜다. 불안과 굶주림, 목숨을 건 탈북은 새로운 빛이 아니라 깊고 어두운 불안의 또 다른 시작일 뿐이었다. 신분증조차 없던 명옥은 중국의 저편에서 일자리를 전전했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체포와 북송의 공포가 일상을 감쌌다. 병이 들어도 갈 곳은 없었고, 어린 현희는 학교조차 다닐 수 없어 어린 동생을 품에 안고 살았다. 스며드는 시간 속에서 모녀의 마음은 오해와 갈등으로 얼룩졌고, 결국 딸 현희는 집을 떠났다. 체류 신분도 없는 불법체류자였던 명옥은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 밤거리를 홀로 헤매며 희미하게 딸의 이름을 불렀다.

끝나지 않은 이별…‘다큐 인사이트’ 고명옥, 탈북 모녀의 재회→사라진 시간의 기록 / KBS
끝나지 않은 이별…‘다큐 인사이트’ 고명옥, 탈북 모녀의 재회→사라진 시간의 기록 / KBS

아들을 지키고자 한 또 한 번의 선택, 명옥은 7년 만에 미래를 위해 미국 땅을 밟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 그녀에게도, 잃어버린 딸 현희의 흔적은 잊혀지지 않는 파편이었다. 방송은 13년에 걸친 그리움의 여정, 메콩강과 라오스를 건너며 이어진 딸의 숨가쁜 탈출, 그리고 마침내 처음 만난 딸의 품을 기록했다. 서로를 울린 것은 세월이 만든 구멍이 아니라 존재의 확인,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명옥의 말과 미처 전하지 못한 그리움, 원망, 기다림이 뒤섞인 고요한 포옹이었다.

 

탈북 여성의 일상은 오늘도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진다. 적막과 두려움 사이, 수많은 이들은 이름 없는 채 견디며 다시 만날 날을 꿈꾼다. ‘다큐 인사이트’는 북송과 단속의 공포, 그리고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의 도움으로 이어진 인생의 끈적한 흔적을 조명한다. 동시에 가족을 갈라놓은 시대의 어둠과, 아직 완성되지 못한 품의 깊이를 묻는다.

 

강을 건너고 삶을 건너온 모녀의 만남, 그 위에 쌓인 시간은 결코 지워지지 않았으나, 현실을 버텨낸 존재만으로도 서로를 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큐는 생각이나 판단이 아닌, 그 곁에 조용히 함께했다.  

고명옥과 딸 현희의 13년 만의 상봉을 기록한 ‘다큐 인사이트-두고 온 아이들’은 5월 29일 목요일 밤 10시 시청자들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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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옥#다큐인사이트#탈북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