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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운명 재점화”…나우시카, 오무와의 대면→상처 깊은 희망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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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운명 재점화”…나우시카, 오무와의 대면→상처 깊은 희망의 신화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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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선 나우시카의 실루엣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바람계곡에 감도는 불안한 기류를 뚫고 그녀가 내딛는 걸음에는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붉게 빛나는 오무 떼가 몰려오는 장면마저, 어린 오무를 고요히 안은 나우시카의 온기가 두려움을 걸러내고 오히려 깊은 연민과 평화의 무드를 선사했다. 바로 이 순간, 인간과 자연, 전쟁과 공존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이 고요하지만 강렬하게 관객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먼 과거 잿더미로 변한 지구 위에서 자연과 인간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이야기를 펼친다. 독을 내뿜는 곰팡이 숲 ‘부해’와 그곳을 채우는 거대한 곤충 오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류가 얽힌 이곳에서, 나우시카만이 자연과 진심 어린 소통을 시도했다. 상처 가득한 땅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녀는 세대를 넘어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고, 모든 폭력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해의 방법을 찾는 자로 그려진다.

“전설이 깨어나는 순간”…‘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상처와 희망→신화 재시작 / NEW
“전설이 깨어나는 순간”…‘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상처와 희망→신화 재시작 / NEW

지브리의 신화를 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연출은 탐욕과 파괴를 되풀이하는 인간의 본성과, 끝까지 회복력을 잃지 않는 자연의 물결을 교차시킨다. 거신병을 이용해 자연을 꺾으려는 토르메키아 제국의 거대한 야망 앞에서도, 나우시카는 오직 신념으로 맞섰다. 대립이 긴장의 선으로 드리워지는 동안, 나우시카의 선택과 행동은 섬세한 편집과 깊은 감정선으로 되살아났다. 현실과 판타지를 아우르는 서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치유와 재생, 따뜻한 연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새롭게 공개된 포스터는 또 한 번 나우시카와 새끼 오무의 작고도 확고한 용기를 화면에 새겨 넣었다. 황폐한 사막을 뚫고 솟아오르는 희망의 빛, 불의 7일로 남겨진 아픔을 품고 피어나는 공존의 가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바뀌어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남긴 화두는 여전히 오늘의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다.

 

이처럼 다시 돌아온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다음 달 25일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온갖 상처의 흔적을 품고 피어난 이 신화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과 평화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잔잔히 건넬 예정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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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시카#바람계곡의나우시카#오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