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울림 담긴 석유의 욕망”…월드 1945, 미국 부상 서사→강국 패권 뒤집혔다

천천히 깃든 김서형의 목소리는 ‘월드 1945’의 세계를 더욱 깊고 묵직하게 만들었다. ‘월드 1945’ 1부 ‘욕망의 검은 피, 석유’는 인류사를 뒤흔든 석유 쟁탈의 치열한 파노라마를 선보였다. 익숙한 전쟁의 장면 너머, 석유라는 본질적인 에너지가 제국의 야망과 몰락을 좌우했다는 사실이 시청자에게 진한 울림을 남겼다.  

방송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독일이 전격전을 시도하는 과정, 기름 한 방울 부족한 현실 앞에서 히틀러와 전차군단이 발이 묶이는 비극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이어 일본이 아시아 침략의 구실로 내세운 동남아 유전지 진군, 진주만 공습 뒤 미국의 석유 수출 중단과 배급제 실시 등, 전쟁 핵심에 부상한 자원 싸움의 세밀한 단면을 그렸다.  

김서형의 내레이션이 이끈 화면 속에서 연합군의 승리가 어떻게 석유와 그 유통 경로 확보에 달려 있었는지, 다시 한 번 강조됐다. 독일군이 스탈린그라드에서 좌초하고 일본군이 보르네오에서 고립된 순간, 석유는 강국의 꿈을 족쇄로 되돌렸다. 나라의 야심을 불씨 삼아 출발한 전쟁은, 에너지 고갈이라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허무하게 엇갈렸다.  

다큐멘터리는 이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치밀한 행보를 따라, 얄타회담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이븐 사우드 국왕과의 극적인 만남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친밀감을 쌓기 위해 루스벨트가 배려했던 여러 문화적 요소들, 그리고 미국-사우디 원유-안보 동맹의 첫 발자국까지 세심하게 그려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울너는 루스벨트 리더십의 유산이 결국 미국의 초강대국 부상과 세계 질서 재편으로 이어졌음을 짚었다.  

‘월드 1945’는 제2차 세계대전의 끝자락, 석유·핵·달러라는 세 가지 상징을 통해 세계 패권의 무게와 본질을 담았다. 이어지는 2부 ‘죽음의 여정, 핵’과 3부 ‘왕관의 무게, 달러’는 17일, 24일 밤에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