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로 생산 재편”…미국, 수입 규제 예고에 한국 업계 긴장
현지시각 27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미국(USA) 상무장관이 2주 내로 반도체 품목관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 및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앞세워 반도체 수입 전체에 고율 관세를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열린 미-EU 무역협상 현장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수입 관세 정책을 2주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부터 반도체와 제조장비, 파생제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지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관세 등 수입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일반 및 첨단 반도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제조장비 및 부품 등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품목이 모두 포함됐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로 전체의 7.5%에 해당한다. 비중은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에 비해 낮지만, 실제 관세 적용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물론 국내 전자부품 및 완제품 수출업체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될 전망이다.
관세 강행 움직임은 직접 대미 수출뿐 아니라 3국을 통한 간접 수출까지 여파를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지난해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에 25%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현대차그룹의 실적 감소를 야기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관세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는 현재 한국과 대만이 세계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대체 공급망이 미국 내에 부족하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미국 주요 IT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첨단 기술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무차별적 고율 관세는 오히려 미국 내 기업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 생산을 미국 내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며 공급망 재편 계획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파운드리,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등 현지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안보와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라며 “완성된 산업생태계 구축에 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도 “이번 관세 정책이 미국-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질서에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와 시장은 세부 품목, 세율 등 관세안의 실제 내용과 양국 간 무역 협상 진행 상황, 그리고 미국 장기 공급망 재편 정책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기술 지정학을 둘러싼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