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AI 협력 강화”…한미 국립연구소 공동 R&D 확대
양자와 인공지능(AI) 기술이 한미 과학기술 협력의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과학기술계와 대형 과학 인프라 활용을 넘어 양국 국립연구소 중심의 첨단기술 공동 연구개발(R&D) 협력을 전방위로 확대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미래산업 패러다임을 좌우할 '초격차 기술' 협력의 분수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23일 미국 뉴욕에서 한미 산·학·연 양자기술 협력 및 핵심 연구 인프라 협업방안을 공식 논의했다. 특히 23일 뉴욕 IBM 왓슨 연구소에서는 IBM과 양자과학기술 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한국연구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4대 과학기술원이 함께 참여하며 양자 인프라와 인재 육성·응용전략 면에서 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했다.

IBM 왓슨 연구소는 AI·양자컴퓨팅·반도체 등 4차산업 핵심기술 혁신 거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MOU에는 양자인프라 구축 및 연구개발(R&D) 인프라 설립, 키스킷(Qiskit) 등 오픈소스 기반 교육과 양자 전문인력 양성, 의료·금융·보안 등 산업별 응용 분야 개척 등 3대 협력 축이 담겼다. 기존 산학연 각각의 프로젝트와 달리, 인재·기술·인프라를 연계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의 형태를 띤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번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IBM이 보유한 고성능 양자컴퓨터 인프라를 한국 연구기관과 공유하고, 연구현장의 R&D 역량 강화, 산학 기반 양자 전문교육 프로그램 신설, 키스킷 활용 글로벌 기술 커뮤니티 참여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논의됐다. 관련 간담회에는 IBM, 모더나, 올스테이트, 코넬대 등 미국 산업·학계의 양자기술 핵심 인재들이 참여해 한미 협업 모델과 미래 산업별 파급력, 인재 순환 전략 등도 심층 진단했다.
이와 별도로 배 장관은 미 에너지부 산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NL)를 찾아 핵심 인프라 EIC(전자-이온충돌기) 구축 협력과, AI·양자 기술 활용 기초과학 연구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BNL은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기 리딩센터이자, 미국 내 다섯 곳뿐인 양자정보과학센터 중 하나로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글로벌 연구 허브다. 한국은 정부출연연구소 역량과 BNL의 대규모 장비 인프라 및 연구데이터를 연계, EIC를 시작으로 AI·양자 협력을 본격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 과기정책국(OFFICE OF S&T POLICY), 에너지부(DoE)와의 이행약정(IA), 정부간 협력의향서(SOI) 체결도 추진된다. 미국은 이미 IBM, AWS, 구글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양자·AI 융합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되고, 연구소-산업-정부 간 R&D 연계 인력 양성 모델이 보편화됐다. 일본·유럽도 기초과학 대형 인프라를 디지털 융합 첨단기술 교류의 거점으로 활용 중이다.
한편, 양자컴퓨팅을 비롯한 AI 응용연구는 데이터 보안, 윤리기준, 지식재산권 관리 등 정책·제도 측면의 통합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산업계는 정부 차원에서의 장기 로드맵과 국제 공동윤리규범 도입, 복수국 협력연구 환경 구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양대 박사 김은아 교수는 “산학연-정부-글로벌 기업이 인재·기술·데이터를 연계하는 플래그십 협업모델이 AI·양자 분야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며 “국가 간 공공 R&D 인프라 개방과 차세대 인력 양성이 파급력을 배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한미 첨단기술 협력의 성과가 실제 시장과 글로벌 밸류체인 전환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