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수입 멈춘다”…인도, 미국 압박·가격 하락에 전략 급선회
현지시각 7월 말, 인도(India)의 주요 국영 정유사들이 러시아(Russia)산 원유 구매를 전면 중단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산 원유 할인율 축소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Trump) 미국(USA) 대통령이 인도를 겨냥해 “2차 제재”를 거론한 데 따른 압박 감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에 있어 인도 국영 기업들의 입장이 급변하면서 관련국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주부터 인도석유공사(IOC), 바라트석유공사(BPCL), 힌두스탄석유공사(HPCL), 만갈로르정유화학(MRPL) 등 인도 내 대표적 국영 정유사 4곳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공식적으로 멈췄다. 서방 제재 여파로 2022년 이후 러시아산 원유가 크게 할인 판매됐으나 최근 할인폭이 급격히 줄면서 수입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실제로 이들 정유사는 최근 중동 현물시장에서 대체 원유의 조달에 나서는 등 기존 조달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해상 운송 기준 인도 전체 원유 수입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 왔다. 올 상반기 동안만도 인도는 일평균 180만 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들여왔고, 이 가운데 국영 정유사들이 약 40%를 담당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80%가 인도와 중국(China)으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이 같은 급작스러운 공급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거센 외교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군사장비와 에너지를 꾸준히 대량 구매해 왔다”며 “필요할 경우 2차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인도는 러시아 원유를 들여와 정제 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도 정유 및 석유 관련 산업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및 2차 제재 조치 여부를 촉각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의 이탈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전략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주도의 압박이 실제 구매 행태에 영향을 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국제 유가 변동의 새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러시아 원유 구매 중단이 동북아 및 중동 지역 원유 흐름에 재편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동시에 미-인도, 러-인도 경제 협력이 장기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인도가 대체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면서 에너지 공급망의 지각 변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