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격 4배 폭증”…윔블던 선수들 멍든 마음→경기장 밖 더 치열한 싸움
잔디 코트 위에서 오간 라켓 소리와 관중의 함성 뒤편에는 선수 개인에게 닥친 무거운 현실이 있었다. 윔블던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쏟아진 온라인 학대가 전례 없이 폭증하며 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단식 8강이 치러지던 순간마다, 승패를 넘어선 새로운 싸움이 이어졌다.
트리트 매트릭스 모니터링 시스템 분석 결과, 올해 윔블던에서 선수들을 겨눈 온라인 학대 사례가 총 1천902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1건에서 4배 가까이 치솟았고, BBC 등 현지 주요 매체도 이를 우려했다. 특히 이 통계에서 남자 단식 상위 3명의 선수들이 가장 많은 온라인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남자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표적이 된 점도 이목을 끌었다.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이가 시비옹테크에게 패한 어맨다 아니시모바는 “휴대 전화를 보기 무서웠다”고 직접 심정을 밝혔다.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카를로스 알카라스 역시 “받을 수 있는 모든 나쁜 메시지를 무시하고 싶다”며, “사람들은 정말 잔인할 수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여자 단식 4강 탈락자인 벨린다 벤치치도 “사람에게 쓸 수 없는 메시지”라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을 보였다.
주최 측인 올잉글랜드 클럽은 데이터 과학 기업 시그니파이와 함께,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신고된 모욕성·위협성 메시지를 전수 조사했다. 이번에 집계된 1천902건 중 37퍼센트는 경기 결과에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피드백과 마주해야 했다.
올잉글랜드 클럽 대변인은 “선수들의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위협과 학대에도 동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온라인 가해자들이 반드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빛 잔디 이면에는 선수들의 고독한 싸움과, 그들을 지켜내야 할 스포츠의 또 다른 과제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윔블던의 열정이 전해진 이 여름, 경기장 밖에서조차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