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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의 순간, 새로운 응원”…최나연, US여자오픈 향한 각오→밀워키 6-5 극적 승리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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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응원 없이 마운드에 선다는 것은 흔치 않은 용기다. 최나연은 익숙한 그린이 아닌 메이저리그의 한가운데에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조용히 숨을 골랐고, 관중의 환호 속에 시구를 마쳤다. 작은 공 하나에 US여자오픈의 긴 긴 역사가 담긴 순간이었다.

 

2012년 US여자오픈의 우승자인 최나연은 현지시간 29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미국골프협회(USGA) 추천으로 마련된 자리였으며, US여자오픈 80회 개막과 맞닿아 있는 특별한 의식이었다. 최나연은 12년 전 위스콘신주 콜러에서 열린 제67회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시구로 화제”…최나연, US여자오픈 개막 맞춰 MLB 경기 시구→밀워키 6-5 승리 / 연합뉴스
“시구로 화제”…최나연, US여자오픈 개막 맞춰 MLB 경기 시구→밀워키 6-5 승리 / 연합뉴스

블랙울프런의 기억과 더불어, 1998년 박세리가 보여준 맨발 투혼이 남아 있는 땅에서 시구를 한 최나연은 현지와 이미 여러 차례 인연을 이어온 셈이다. 밀워키의 유니폼 상의로 몸을 감싼 그녀가 힘차게 공을 던지자, 관중석에 퍼진 박수는 스포츠가 선사하는 벅찬 감정의 일부로 이어졌다. 한 번의 투구에 우승의 여운과 새로운 각오가 동시에 실려 있었다.

 

최나연은 경기 뒤 개인 SNS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소중한 자리에 서게 돼 무척 영광이었다"는 짧은 소감에는 설렘과 떨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밀워키의 연장 승리에도 진심어린 축하를 더했다. 임팩트 있는 시구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는 접전 끝에 6-5로 보스턴을 꺾으며 홈팬들에게 기쁜 승리를 안겼다.

 

시구 자리에서 이미 또 한 번의 환대를 받은 최나연, 그리고 US여자오픈의 개막 열기는 위스콘신주 에린 힐스에서 다시 이어진다. US여자오픈 80회를 맞아 더욱 높아진 현지의 관심, 그리고 다시 조명된 최나연의 우승 서사는 올해 대회의 남다른 기대감을 예고하고 있다.

 

어둠이 내린 구장,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팬들의 박수와 시선. 경기의 기억은 점점 잊혀지더라도, 시구로 스며든 선수의 다짐은 또 한 번 새벽을 깨운다. US여자오픈의 이야기는 에린 힐스의 뜨거운 바람을 타고 다시 시작된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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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us여자오픈#밀워키브루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