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계엄 명령인 줄 알았다”…안성식 전 해경 간부, 국감서 계엄 가담 의혹 정면 반박
정치적 충돌 지점에서 해양경찰청과 국회가 맞붙었다. 계엄령 선포 당시 해경 고위 간부의 행위와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며, 국정감사장은 치열한 격론의 현장이 됐다.
22일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부화수행 혐의를 받는 안성식 전 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을 둘러싼 계엄령 가담 의혹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안성식 전 조정관이 계엄령 선포 직후 ‘비상사태 대비 총기 불출’, ‘계엄 사범 수용 위한 유치장 확보’를 언급한 정황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커진 것이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전 조정관이 계엄 선포 직후 해당 지시를 내린 것은 사전 모의 없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추궁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특검팀에 따르면 안 전 조정관은 2023년부터 국군방첩사령부와 기밀 문건을 주고받으며 '계엄사령부 편성 계획' 개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령 대비가 사전 논의였는지 의혹을 제기했다.
안성식 전 조정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동시에, 2022년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해경 최초로 파견됐고, 2년 만에 치안감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 경력도 주목을 받았다. 안 전 조정관은 민주당 문금주 의원의 “여 전 사령관과 최소 3회 만난 것이 맞느냐”는 물음에 “맞다”고 인정했지만, “계엄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전 조정관은 “계엄 당일 대통령이 TV로 계엄을 선포해 국무회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계엄선포문 외에도 안보 상황에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명령을 따르는 것이 도리이며, 같은 상황이 반복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기 무장 관련 지시에 대해서도 “총기를 들고 파견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파출소 방호 차원에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공식 지시가 아닌 개인적 판단이었음을 내세웠다.
국정감사장은 곧바로 여야의 입장차가 표면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명령을 거부한 지휘관도 적지 않았다”며, “명령이라 해도 국민을 해치는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해경청 국감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쟁점도 불거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해경이 당시 피격 공무원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발표했다가 2년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안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자국민 보호 조치 부재에 있다”고 강조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전 정부의 책임을 소환해 정쟁 도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맞섰다.
정치권은 이날 안성식 전 조정관의 계엄령 대처 방식, 그리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두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국회는 향후 추가 증인 출석과 자료 제출 등을 거쳐 두 사안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