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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3.3배 급등…기후·분쟁 직격탄에 국제 시장도 혼란”
국제

“코코아 3.3배 급등…기후·분쟁 직격탄에 국제 시장도 혼란”

신유리 기자
입력

현지시각 25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코코아(카카오빈) 선물 가격이 3년 만에 3.3배 급등해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변화에 따른 서아프리카 작황 부진이 맞물리며 공급망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는 25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이 1t당 8,329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초 2,500달러 수준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일시적으로 1만2,931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코코아 가격 3.3배 급등…국제 시장 사상 최고치 근접
코코아 가격 3.3배 급등…국제 시장 사상 최고치 근접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지속된 전쟁과 이상기후가 자리 잡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적으로 홍수와 이상고온, 병충해 빈발 등 기상 이변이 코코아 생산을 직격했다. 특히 2023~2024년 엘니뇨 현상으로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주요 산지에선 강수량이 불규칙해 병해가 심해지고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비료값이 3배 뛰며 생산 원가 부담도 가중됐다. 두 국가에서만 전 세계 코코아의 약 3분의 2를 공급하지만 최근 건기 장기화 등으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시장에선 추가 공급 감소 가능성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2023년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보다 12.9% 줄어든 501만t에 머물렀다. 이런 감소세가 이어지면 가격이 다시 1t당 1만 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격 폭등이 투자자에게는 높은 변동성과 수익 기회로 작용하고 있지만, 정작 주산지 농가의 실질 소득은 감소했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당국 주도의 고정 매입가 제도, 병해충 피해, 비료값 상승이 동시에 농민들의 생산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마렉스’ 농산물 선물 책임자 조너선 파크먼도 “국제 시세가 사상 최고치일 때도 농가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고 전했다.

 

카카오나무 흑점병, 가지팽창병 등 각종 병해충에 농민들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래 연구원은 “서아프리카 농가의 88%가 소작민이다. 질병 방제와 기후 적응을 위한 국제적 지원 없이는 농민 고통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코코아 시장을 덮친 기후불안과 분쟁 리스크가 수급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초콜릿 제조업계와 소비자 부담 가중을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서아프리카 작황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크다. 전문가들은 코코아 공급 전망, 국제 정세, 기후 변화 등 복합적인 변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제사회는 코코아 시장의 추가 불안정성과 산지 농가의 생계 위기 심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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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코트디부아르#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