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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염증 조절”…미 FDA, 류머티스 관절염 혁신 치료 승인
IT/바이오

“전기로 염증 조절”…미 FDA, 류머티스 관절염 혁신 치료 승인

허예린 기자
입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기존 약물 대신 전기 자극으로 염증을 제어하는 신개념 의료기기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만성난치병으로 꼽히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에서 그간 약물은 염증 완화와 통증 경감을 담당해 왔지만, 면역 체계 전반을 억제해 감염 등에 대한 새로운 위험요소를 불러일으키는 점이 한계로 제기돼 왔다. 이번 FDA 승인은 업계가 ‘비약물 치료’라는 차별적 전략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셋포인트 시스템(SetPoint System)은 노스웰 헬스의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 케빈 트레이시 박사 연구진이 수십 년 연구 끝에 개발한 기기로, 길이 2.5cm 크기로 인체 미주신경(vagus nerve)에 외과적으로 이식해 매일 1분씩 표준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미주신경은 뇌에서 거의 모든 장기와 교신하는 신경망으로, 염증성 면역 반응에 직접 관여하는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증된 임상연구에서, 약물을 완전히 배제한 채 셋포인트 시스템만 적용한 242명 중 절반 이상이 관해 상태에 이르거나 증상이 완화됐다. 관절 통증은 60%, 부종은 63% 감소하는 등 기존 약물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대표적 부작용은 이식 부위 수술로 발생하는 쉰목소리로, 2% 미만 환자에서만 확인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약물치료의 ‘면역계 통제 불능’ 부작용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FDA가 혁신 의료기기로 조기 지정, 임상·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함으로써 치료 접근성도 확대됐다.

 

응용 분야 역시 넓어지고 있다. 미주신경 자극 기반 치료는 소아 염증성 장질환,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임상시험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다발성 경화증, 크론병 환자 대상 임상도 예정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유럽 등에서도 신경전자약을 활용한 비약물 치료 연구가 강화되는 추세다.

 

향후 보험 등재 기준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 확보, 가격정책 등은 남은 과제로 보인다. 셋포인트 시스템은 10년 이상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해 기존 약물치료 대비 비용 효율성도 우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경 네트워크를 제어해 염증을 조율하는 ‘전자약(electroceutical)’ 기술이 자가면역질환 치료 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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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포인트시스템#fda#류머티스성관절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