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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욕설로 얼룩진 연설장”…국민의힘 전당대회, ‘공정경쟁’ 약속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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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욕설로 얼룩진 연설장”…국민의힘 전당대회, ‘공정경쟁’ 약속 무색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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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긴장감이 가득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현장에서 극한 충돌이 재현됐다. 8월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각 후보 지지자들은 거센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행사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행사 시작 전 후보들이 ‘비방과 모함을 배격하겠다’며 공정경쟁 준수 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원색적 비난과 욕을 하는 행위는 전당대회의 성숙한 모습에 맞지 않는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진행진도 거듭 “비방·욕설 등 행사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분은 퇴장 조치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큰 소란은 멈추지 않았다.  

갈등은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찬탄파) 후보의 연설 순서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당 대표에 도전한 조경태 후보 연설 도중 반탄(탄핵 반대)파 당원들이 “배신자”를 연호하며 연단 분위기를 압도했다. 조경태 후보는 연설을 4분여간 중단한 채 양손을 들어 당원들을 진정시켜야 했고, 이어 “우리 국민을 배신하고 우리 당원을 배신한 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곳곳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최고위원 후보 김근식 역시 지난 연설회에서 야유를 받았던 상황에 이어 이날도 “꺼져라”를 외치는 반대파와 박수를 치는 지지자 간 고성이 오가며 긴장감이 가중됐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도부의 비인가자 출입 통제 방침에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전한길씨는 대신 행사장 인근인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으로 옮겨 생방송을 이어갔다. 그는 “평당원으로서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도, “친한동훈파가 자신을 내쫓으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질서 유지를 촉구했음에도 행사장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당대표 선출을 앞둔 정치권 긴장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8월 22일 전당대회 본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과 질서 회복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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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조경태#전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