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쟁”…소비자 권리와 식품 시장 파장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산업적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공동 주최한 ‘GMO 완전표시제 정책과 이슈’ 포럼에서는 학계, 소비자단체, 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 GMO 원료표시 확대의 필요성, 안전성, 식품공급망 파급효과 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완전표시제가 소비자 권리 신장을 넘어 곡물 시장 구조와 글로벌 통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는 정책 변화가 ‘식품 표시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GMO 완전표시제는 유럽연합(EU) 방식이지만 사회적 비용과 현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 도입을 경계했다. GMO 완전표시제란 유전자가 변형된 농산물을 사용해 제조·가공된 경우, 최종 식품에 GMO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아도 반드시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소비자단체는 “성분·원산지 등 식품 출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시대 흐름에 맞춰 선택권 보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선행 평택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하는 권리 이상으로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학계에서는 실효성과 정책 리스크를 지적했다. 김해영 경희대 교수는 “GM 농산물의 비의도적 혼입 실태와 구체적 데이터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철호 고려대 교수 역시 “완전표시제 시행은 곡물 수입 가격 상승과 불안정을 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두(콩) 등 주요 곡물의 ‘NON GMO’ 원료 조달이 쉽지 않은 현실을 환기시켰다.
소비자단체는 이에 대해 “가격변동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보 공개로 소비자 선택권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유전자변형 식용유와 일반 식용유의 가격 차가 줄고 있다는 유통사 데이터도 인용됐다. 안전성 평가는 명확히 갈렸다. 이덕환 교수는 “GMO 섭취와 암·알레르기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근거 없는 불안 조장이 사회적 갈등만 키운다”고 주장한 반면,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장기적 안전성 미확인 상황에서 선택권 확대는 필수”라고 맞섰다.
정부도 변화에 대응한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호동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 과장은 “수입 원료의 확인서를 통관 단계에서 추가 수집하고, 현지 실사도 병행해 GMO 관리 체계를 손본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브라질 대사관 관계자도 포럼에 참가해 통상적 파장에 주목했다.
GMO 완전표시제 논의는 식품 안전, 소비자 권리, 통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산업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연착륙과 시장 투명성, 글로벌 교역 이슈를 모두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논쟁이 실제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