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이로 노인성 난청 규명”…국내 연구진, 발병 기전 첫 확인
노인성 난청의 발병 원인이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기존에는 나이와 환경적 요인에 의한 점진적 청력 저하로만 인식돼 온 노인성 고심도 난청이 실제로는 HOMER2 유전자의 구조적 변이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40%가 겪는 노인성 난청이 단순 노화에 그치지 않고 복합적인 유전자의 작용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밝혀내 관련 질환 연구 및 치료 패러다임에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고령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HOMER2 유전자에서 ‘c.1033delC’ 변이를 세계 최초로 확인하며, 분자 모델링 및 제브라피쉬 동물 실험을 통해 해당 변이가 단백질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청각 신호전달 단백질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해 심각한 난청을 유발하는 구체적 기전을 밝혔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노화·환경 탓으로만 여겨진 난청 발생의 한계를 유전자 변이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HOMER2 유전자 말단에서 ‘사이토신’ 염기가 삭제되면, 단백질 구조가 크게 변형돼 청각세포 내 신경 신호전달 과정이 파괴됨을 확인했다. 기존 신경 세포 내 단백질간 상호작용의 원활함을 유지하지 못해, 고심도 난청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학적 차별점이 돋보인다. 더 나아가 이 유전변이가 난청 뿐만 아니라 심장 이상 등 전신의 발달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노인성 난청 치료 및 예측을 위한 새로운 유전자 진단 전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있다. 정밀한 유전 진단을 통해, 환자 맞춤형 보청기·인공와우 적용 시점을 최적화할 수 있고, 유전자 치료제 개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국내외로는 미국 및 유럽에서는 아직 노인성 심도 난청에 명확한 유전자 기전이 밝혀진 선례가 드물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고대안산병원의 이번 연구 사례가 글로벌 수준의 새로운 치료기술 및 진단법 개발의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복지부의 유전자 및 희귀질환 연구 지원 하에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몰레큘러 메디신에 최근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HOMER2 유전자 변이 규명이 노인성 난청뿐 아니라 노년기 주요 질환의 유전적 원인 규명에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유전체 분석 기반의 정밀 의료 시대가 닥친 만큼 치료와 예방 중심의 산업 생태계 전환도 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제 노인성 난청 진단 및 환자별 맞춤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가 실제 현장에 얼마만큼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