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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894선 이탈…중동 긴장 격화에 외국인 매수·기관 매도 교차
경제

코스피 2,894선 이탈…중동 긴장 격화에 외국인 매수·기관 매도 교차

허예린 기자
입력

여름의 문턱, 6월의 주식시장이 다시 깊은 파장에 휩싸였다. 13일, 코스피는 7거래일간의 완만한 오름세 끝에 2,894.62로 주저앉았다. 중동 지역의 무거운 전운이 국내 시장을 덮었고, 2,900선은 3년 5개월 만의 쾌거를 3일 만에 내주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87% 하락했다. 오전만 해도 2,930선을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투심이 가라앉았다. 한때 2,870대까지 밀려나며 현장의 불안감이 지수에 투영됐다.

코스피 2,894.62 하락 마감…중동 긴장에 코스닥 2.6%↓
코스피 2,894.62 하락 마감…중동 긴장에 코스닥 2.6%↓

투자 주체별 대응은 엇갈렸다. 개인 투자자는 4,671억 원어치의 매수 행진으로 직면한 조정장에 대응했고, 외국인도 일시적인 매도 전환 뒤 1,212억 원 순매수로 돌아서며 시장의 붕괴를 막는 방어막이 됐다. 반면 기관은 6,112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하락을 견인했다.

 

외환시장의 흐름도 극명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원이 오르며 1,369.6원에 육박했다. 지정학 위기와 함께 ‘달러’라는 안전자산의 존재감이 또렷해졌고, 변동성은 국내 경제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국제 원자재 및 금융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이란 군부 핵심 인사 사망에 국제유가(WTI 기준)는 한때 10% 넘게 치솟았으며, 미국 시간 외 S&P500과 나스닥100 선물도 하락세를 확장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크겠으나, 금융시장의 장기 방향성에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관이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외국인은 업종별 순환매로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2% 안팎의 낙폭을 기록하고 LG에너지솔루션, 셀트리온, 삼성물산 등이 조정받았다. SK하이닉스는 강보합에 그쳤고, 반면 IT·보험주 중심 일부 종목이 상승 흐름을 보였다.

 

특히 방산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풍산은 22.15%의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했고,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등이 연이어 수급의 무게를 실었다. 해운 및 에너지 관련주 상승도 두드러졌다. 한국석유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대성에너지, S-Oil도 국제유가 급등을 반영했다.

 

업종별로는 건설, 섬유·의복, 의료정밀 등 경기민감 업종이 2% 내외로 크게 밀렸다. 반면 금속, 운송, IT서비스 등 일부 업종에서 반등이 포착됐다.

 

코스닥 역시 낙폭을 피하지 못했다. 지수는 2.61% 하락한 768.86에 마감했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개인의 방어 매수로 맞서며 변동폭이 커졌다. 특히 바이오·이차전지주에서 하락이 확대됐다. 알테오젠, 파마리서치 등 주요 바이오주가 급락했고, 이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역시 조정받았다. 다만 신성델타테크, 넥슨게임즈 등 일부 종목은 개별 이슈로 상승세를 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각각 16조5,692억 원, 7조8,044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하루 거래대금이 처음으로 9조 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중동발 위기와 국제 원자재 시장의 급변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날카로운 경계심을 요구한다.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는 각국 금융시장에서 광범위한 변동성을 일으키며, 실물과 금융의 균형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당장 내일의 주식 시장은 예측의 경계를 더할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금리, 원자재, 지정학 이벤트 등 다층적 위기를 조망함과 동시에, 시장의 숨은 기회를 차분하게 포획할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 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와 연준(FOMC) 회의 등 글로벌 변수의 전개에 이목이 집중된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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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중동긴장#기관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