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30년 크론병 속 고백”…가장 아픈 우정→고요한 무대의 단단한 용기
조용한 눈빛 속에 숨겨진 윤종신의 목소리가 이번에도 잔잔하게 울렸다. 음악가 윤종신은 세월의 무게를 품으며, 오랜 침묵 끝에 또다시 크론병 복통을 마주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일상은 한 번의 식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경계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러한 하루들이 겹겹이 쌓여 더욱 깊고 성숙해진 음악과 온기로 이어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윤종신의 최근 근황에는 담담함이 배어 있다. 라운딩 일행과의 평범한 식사조차 함께하지 못했던 상황에, 그는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말로 수십 년 묵은 고단함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크론병이라는 이름의 고통은 그의 곁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고, 결국 하루하루를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지난한 싸움이 이어졌다.

크론병은 소화관을 뒤덮는 만성 염증으로, 매 순간 불시의 고통과 맞서야 하는 질환이다. 윤종신은 이 병이 자신에게 30년 가까이 머물렀다고 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알 수 없는 복통과 설사가 찾아왔고, 진단을 받기까지 수많은 오해와 고민을 안고 지내야 했다. 그는 30대 후반에서야 크론병을 정확하게 알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소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경험하기도 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크론병 환자임을 처음 털어놨을 때도, 윤종신의 고백은 담백했다. 평생 술과 담배를 삼가야 한다는 말조차도 그에겐 늦은 깨달음이었다. 크론병은 정해진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라 꾸준한 식단 조절과 생활 습관 관리만이 유일한 대응책으로 남아 있다. 육류, 유제품,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 등 자극적인 음식과 습관에서 최대한 멀어져야만 반복되는 고통을 더는 것이 가능하다.
윤종신은 자신 안에 자리잡은 크론병을 이제는 ‘고약한 친구’라고 칭한다. 긴 시간 고통스럽게 동행했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를 지키고 자신만의 음색과 진솔한 언어로 대중과 교감하고 있다. 붉어진 눈동자 너머 떠오르는 한마디, “이젠 친구 같다. 고약한”이라는 고백 안에는 자신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담담하게 인정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가 오롯이 새겨진다. 윤종신의 다음 무대에는 이러한 용기, 그리고 누적된 세월의 진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