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현실적 목표”…한국여자배구, VNL 출정→세대교체 속 도전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는 깊은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다. 모랄레스 감독의 단호한 목소리, 그리고 주장 강소휘가 전한 조용한 다짐은 대표팀의 새로운 여정에 무게를 더했다. 수년간 이어진 침체를 뒤로하고, 국제무대 잔류라는 현실적 목표를 향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대표팀은 28일 오후 미국 애틀랜타를 경유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2025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 차 일정을 위해 힘차게 떠났다. 현재 FIVB 랭킹 35위까지 밀려난 대표팀은 18개국 중 최하위를 벗어나 잔류권을 차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연속 두 대회 전패의 늪에서 벗어나 태국, 프랑스를 꺾으며 2승을 기록한 대표팀은 16개국 중 1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참가국이 18개로 확대되면서 2승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모랄레스 감독은 프랑스, 불가리아, 벨기에, 체코와 같은 팀을 상대로 승점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전략적 변화를 예고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올해부터는 성적이 곧 잔류와 직결된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 각오를 전했다. 또한 그는 “올림픽이 끝난 해라 여러 나라가 새 얼굴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역시 빠른 플레이와 첫 볼 컨트롤 등 강점을 극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1주 차 대표팀은 독일(6월 5일), 이탈리아(7일), 체코(8일), 미국(9일)을 상대한다. 특히 체코전 결과가 잔류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어 2주 차에는 이스탄불에서 캐나다, 벨기에, 튀르키예, 도미니카공화국을 만난다. 마지막 3주 차에는 폴란드, 일본, 불가리아, 프랑스와의 대결이 예정돼 있다.
부상 변수도 대표팀 앞에 놓여 있다. 주전 레프트 정지윤이 피로골절로 1주 차 결장이 예상되면서, 강소휘는 공격과 수비의 핵심 역할을 짊어진다. 강소휘는 “정지윤의 빈 자리는 새로운 선수들이 채워 줄 것이다. 단단해진 조직력으로 팀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는 신예 김다은, 김세빈, 정윤주, 이주아 등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젊은 피가 대거 합류했다. 이들은 대표팀이라는 무게감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과 무사 귀환을 다짐하며 첫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모랄레스 감독은 “새 얼굴들의 적응이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성적을 내야 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며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나타냈다.
대표팀의 여정은 오는 7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기력과 조직력의 진화 과정이, 한국 여자배구의 또 다른 역사를 쓸 것인지 시선이 모아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응원과 묵묵함 속에서, 소녀들은 새로운 희망을 써내려가고 있다. 2025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전 경기는 네이버 스포츠 등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