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인범 구속”…대구 달서구, 미처 닿지 못한 보호의 한계→제도 개선 목소리
새벽 어둠을 틈타 아파트 외벽을 오르던 남자의 그림자가, 대구 달서구의 한 가족을 영원히 떠나보내게 했다. 6월 10일 오전 3시 30분, 40대 남성 A씨는 경비가 삼엄한 듯 보이던 한 아파트에서 결국 전 연인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침입 루트는 바로 아파트 외벽의 가스 배관이었다. 평범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였던 그가, 숨을 죽이며 법의 그물망을 피해 세종시 야산까지 몸을 숨긴 시간은 불과 나흘이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한때 경찰 신변 보호 대상자였던 피해 여성에겐 인공지능이 붙어 있었으나, 배관 위의 ‘그 그림자’까지 감지하진 못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이 6월 16일 내린 영장은 패턴대로였다. “도망 우려”라는 한 마디가 남겨졌고, 법정으로 향하는 A씨는 고개를 숙인 채 질문을 피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 4월, A씨가 흉기를 들고 찾아가 협박했다며 구속 영장을 신청한 적 있지만 그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제도의 촘촘함이 얼마나 쉽게 뚫릴 수 있는지 다시금 드러냈다. 신변 보호 시스템이 ‘기계적 감시’에 머무르는 동안, 스토킹처벌법상 대응과 사전구속의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특히 피의자와 피해자의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허점이 또 다른 비극을 키운다는 현실은 여전하다.
앞으로 경찰은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의 상실과 사회에 남겨진 물음표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다. 스토킹 범죄 근절과 피해자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 사회 전체가 공동의 책임을 갖는다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