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승리”…정친원, 프랑스오픈 32강→생애 첫 메이저 우승 도전
정친원의 눈빛엔 여유와 결연함이 공존했다. 지난해 파리에서 금빛 라켓을 휘두른 기억을 안고, 다시 한 번 롤랑가로스의 코트에 섰던 순간, 관중석엔 조용한 긴장과 기대가 흘렀다. 정친원이 시종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에밀리아나 아랑고를 제압하며 프랑스오픈 32강에 안착하는 장면은, 올 시즌 그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2회전은 28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치러졌다. 세계랭킹 7위 정친원은 콜롬비아의 에밀리아나 아랑고(85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0, 6-2 6-3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5천635만2천유로, 우리 돈 876억7천만원에 달할 만큼 선수들의 열정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친원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림 없는 리턴과 공격적인 스트로크로 경기를 풀어갔다. 첫 세트에서는 두 번의 연속 브레이크 포인트에 성공하며 6-2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6-3,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번 승리로 정친원은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32강 진출에 성공하며, 지난 2022년 기록했던 16강의 벽을 넘어설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지난해에는 3회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으나, 올해 상승세와 안정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향한 기대감이 커졌다.
경기 후 정친원은 “파리에서의 경험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중들은 그의 정교한 플레이와 흔들림 없는 표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온라인에서는 ‘메이저 우승까지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으며 분위기를 달궜다.
정친원의 다음 상대는 캐나다의 2006년생 신예 빅토리아 음보코(120위)다. 음보코는 올해 이미 ITF 대회에서 5차례 우승을 거둔 무서운 신예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정친원이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16강 그리고 꿈꿔온 그랜드슬램 우승 여정에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다음 3회전 경기는 주말 패키지 세션 중 펼쳐질 예정이며, 정친원은 이번 승리로 시즌 랭킹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가게 됐다. 팬들의 조용한 기대와 치열한 코트의 율동 속에서, 정친원의 진중한 날개짓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